일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정반대다.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여지는 삶은 쾌감과도 같다. 어쩌면 다들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표현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농부들은 같은 동작을 몇 시간씩 되풀이하면서 밭을 간다. 양떼는 양몰이개가 이끄는 대로 달린다. 양몰이개는 양떼가 너무 흩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동시에 여우와 승냥이를 경계해야 한다. 공장 직공들은 똑같은 물건을 하루에 100개씩, 200개씩 만들어야 한다. 이 지루한 작업들이 몸에 익숙해지면 말 그대로 자랑거리가 된다. 예를 들어 칸나가 날마다 땀을 흘리는 평균대, 마루운동, 이단 평행봉, 뜀틀 같은 것들이다.-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