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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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말하는데,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경이를 맛보지 않고 죽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p.132)

 

아흔살을 맞이하는 노인 '서글픈 언덕'은 비로소 사랑의 고통을, 사랑의 경이를 경험하게 된다. 이 주인공이 열일곱의 소년이었다면 마흔 다섯의 중년이었다면 그가 겪게 되는 고통도 경험도 한낯 가벼운 에피소드라고 넘겼을지 모른다. 이 소설은 결국 인생의 종착역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인간이 경험하고 또 경험하고 또 경험해도 아직도 경험할 것이 남아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흔의 노인이 사랑의 고통에 무너지고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씩 씻지도 않고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치매임에 분명하다고 웃어넘길 일이다. 하지만 '서글픈 언덕'은 진지했다. 죽는 순간까지 진지하게 자신이 겪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충실했다. 늙음 앞에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생애 처음으로 사랑이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

사랑은 상호적이어야 하는가?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여야 하는가? 이 둘의 사랑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관심 밖의 작가였는데 이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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