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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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랭보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시인이라 지칭되는 스물 대여섯에 죽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어머니가 한 남자로서의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을 자신과 정신적으로 분리시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시에 관한 창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생은 내가 살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여기에도 존재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이 소설에서는 전망대에서 야로밀의 삶을 조망하고 있기에 우리는 야로밀을 중심으로 한 소설,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또 다른 전망대에서 붉은 머리 여자의 생을 조망했더라면 우리는 야로밀을 배신하고 중년의 애인을 가졌던 붉은 머리여자의 삶을 엿보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생이기 때문에 지금의 내 삶은 내가 결정했고 선택한 것이다. 목표한 삶에 다다르지 못한 미완의 삶이 아니라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완성으로서의 삶인 것이다.

 

생이 다른 곳에 있다고 헤매이지 말지어다. 헤매고 헤매고 돌아온 여기에 당신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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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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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와라 신야의 이 책은 일본에서는 1990년도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1월 1일 2013년에 책을 다 읽고 글을 쓴다. 내가 미국에 갔던 건 2001년이니까.. 이 책이 쓰여질 시점으로 부터 10년쯤 지나 있던 것이다. 글은 매우 시적이다. 사진가가 쓴 글이라서인지 장면을 이미지로 그 이미지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좋다. 제목을 나의 아메리카라고 지은 것은 불과 며칠이지만 그 거대한 땅에 머물렀을 때의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아마도 평생 그 나라에 대한 나의 인상을 좌우할 것 같기 때문이다. 거대한 사이즈 가령, 비만의 정도가 우리나라 비만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다는 것, 맥도날드의 햄버거나 콜라의 사이즈, 코스모스의 크기까지! 그리고 거리의 부랑자들과 뜨거운 태양 등.. 그렇게 내 가슴속의 아메리카는 그런 모습들로 남아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아메리카는 짧은 역사에 대한 컴플렉스를 보완하기 위해, 다민족 출신의 국민을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대단한 나라로 그려진다. 몇가지 써보자면..

*미국의 연설에 반드시 유머가 들어가는 이유는 단순하고 알기 쉬운 유머일수록 다민족 국가 구성원에게 공통적으로,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타는 '신화', '우상'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동일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의 스타는 우리와 같은 이웃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스타들 역시 수시로 진심을 털어놓고 생활을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스타는 다르다.

*최소한의 타자간 결합인 '부부애'가 미국에서는 굉장히 강조된다. 미국의 패밀리의 중요성이 시사되는 바인데 대통령이 가족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이 나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인종, 비인간인 캐릭터가 우상으로 등극하는 경우가 많다. 미키마우스같은... 여러 민족의 마음을 통합시키기 위한 공통적인 마음은 바로 '어린 아이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지와라 신야의 관점은 지극히 한 개인의 관점일지도 모르겠으나 여튼 재밌었다.

한 사람이 어떤 풍토에서 어떤 문화를 누리며 사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어떤 식으로 지배하게 되는지는 참으로 놀랍다. 그 안에서 사는 우리야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겠지만.. 어떤지 내가 지배되고 있는 나의 백그라운드를 한번 파헤쳐 보고픈 심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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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 길 내는 여자 서명숙 먹으멍 세상을 떠돌다
서명숙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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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식탐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 식탐없는 사람에게 무언가 먹고 싶어지도록 글을 써야하는데 나에게는 아무 감흥이 없었던 것이다. (성석제의 글이나 박찬일의 글에 비교하면..) 서명숙의 이전 책 제주올레에 관한 책은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 그녀의 고향이 제주도 라는 것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몸국, 닭게, 고기국수 같은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음식을 하고 그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 기쁨이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맛없는 식당주인에게 화내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이 글을 읽는 내내 직장동료중에 엄청난 식탐을 가진 그 사람이 생각나곤 했다. 그야말로 음식을 흡입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싫어서 인가 나는 이 책이 그냥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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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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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에게는 보람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 가운데 조금은 마음이 통하는 일상이 기다리는, 그런 작은 일로 사람에게는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p.33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찾아봐야지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정혜윤의 얼마전 읽은 책에서 N씨의 다이어리에 관한 글을 읽고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글이 주옥같다고 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마는, 하나하나의 글들은 추운 겨울날 얼지 않고 흐르는 옹달샘 같은 청명함을 준다. 청명함 속에 작은 희망들이 보이고 더불어 인상적인 사진들도 볼 수 있으니 기쁨도 두배다. 그래서 나는 요 며칠 온통 머릿속이 후지와라 신야라는 후지산을 연상시키는(?) 이 작가의 글로 가득차 있었다. 도서관에서 이 작가의 책을 몇 권 빌려왔고 읽을 생각을 하니 다시 못내 기쁨이 차오르는 것이다. 매번 맞는 새로운 한 해.. 이 삶을 지탱할 보람이라는 것을 찾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 그 보람들로 나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 그런 날들로 한 해를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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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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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처음처럼 나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해고라는 것이 그렇게 흔치 않은 일도 아니고 회사가 어떤 기준에 의해 구조조정을 하는데 노조가 저렇게 까지 심하게 파업을 해야할까. 그렇게 부당하게 짤린 것일까,라는.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는 어느 덧 분노하고 있었다.

일터라는 곳, 우리에게 생활을 보장해주고, 우리에게 밥과 의복을 주며, 사람들을 엮어내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펼치게 해주는, 우리의 품위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주는 내 인생이 펼쳐지는 현장.. (p.93)

작가의 말처럼 가정이 무너지면 가끔 직장생활이 무너지지만, 일터가 무너지면 가정은 거의 대부분 무너진다. 22명의 영혼이 세상을 그렇게 떠났고..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는 이 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의 진압과정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테이저건이라는 전류가 흐르는 총을 쏘거나 심지어 수면가스를 발포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77일간 인간이하의 삶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공지영씨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끊임없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태도는 지식인으로서 정말로 갖추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내 개인의 문제가 인생최대의 고민인냥..  사회문제에는 별로 관심없이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 개인이 사회로 이어지고 그 영향 아래 나 또한 살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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