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서적(書籍)

 

                                                           기 형 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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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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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호 감방에 수감된 남자에게 그의 애인 아이다는 편지를 보낸다. 둘은 만날 수 없다. 끝도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나날이 느리게 흘러간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끼는 일이었다. 일상을 담담하게 스케치하다가 가슴 어느 곳엔가에서 솟아오르는 슬픔이 치밀기도 한다.  아, 이렇게 깊은 사랑은 우리가 사는 현재에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역자는 이렇게 썼다. 사랑, 우리 자신으로 남기위한 절박한 싸움.. 내 자신이 인간이라는 종으로 일반화되는 그저 그런 생물에 불과하다면.. 꽤 절망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한다. 무언가 특별해지기 위해. 고만고만한 우리들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내 자신을 붙들어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리 누구나 A이고 X이지만, 그 A와 X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것임을..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존 버거의 글은 언제나 마음 놓이게 하는 편안함이 있고 가끔씩은 눈물이 나오게 한다. 황사 바람 몰아치는 4월에 매우 적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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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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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오는 봄이다.

기온은 영상인데 쉽사리 얇은 옷을 입게 해주지 않는다. 봄이 온다고 해서 날씨를 만끽하며 돌아다닐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 쌀쌀한 날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가끔은 이런 책도 읽고 싶은 법이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잡화점. 과거와 미래와 연결되고 알고보면 내담자들도 서로 다 오묘하게 얽혀있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간다. 이상하게 각인되는 그런 말들은 삶의 지표가 되어 운명까지 바꾸게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고민들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을까. 주변사람들의 조언들이 내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손글씨로 쓰는 편지를 얼마나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지. 이 봄에는 누군가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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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저자 제이콥스의 760일 죽기 살기 몸 개조 프로젝트!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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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제이콥스라면 몇 해전 브리태니커 전집을 통째로 다 읽으려는 노력을 했던 바로 그 저자. 그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을 집어든다. 세상의 온갖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망처럼 온몸의 장기들의 건강을 위해 저자는 2년간 실제로 건강해지기위한 방법을 동원하여 스스로를 실험(?)하기로 한다. 이렇게 다양하게 건강해지는 방법이 있다니 실로 건강에 무심하게 살아가는 내 자신이 정말 천하태평으로 느껴진다.

건강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들며 허리 등 뼈가 아파지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자세가 나빠 거북목이 되고 보니 수십년 내 몸을 지탱했던 척추를 위해 나도 이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생긴 것.. 그런데 증세가 양호해지니 바로 그 생각도 날아가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저자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그가 사랑했던 할아버지와 고모가 돌아가신다. 누구보다 정력적으로 살았던 할아버지는 96세의 나이로, 이 세상의 독소를 그 누구보다도 멀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모는 예순을 갓 넘긴 나이에 백혈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결국 건강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인간의 목숨은 제천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건가.. 건강해지기 위해 가족을 등한시 했던 시간을 반성하며 이 책은 마치는데 결국.. 건강해지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내가 실천하고 싶은 것은 단 것을 멀리하고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아직도 나는 빵과 과자를 너무 좋아한다.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또 실천해보려는 저자의 자세가 나는 늘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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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지음, 장남수 옮김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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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어려운 시절이다. 어려운 시절이라니.. 몇년 전부터인가 서민이 살아가기가 팍팍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로 나는 현재의 내가 어려운 시절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어렵고 나이든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대로 길어진 노후에 할일이 없다. 중년은 중년대로 부양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들다. 에고고, 정말로 어려운 시절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 디킨스의 소설에서는 나오는 어려운 시절이 있다. 루이자와 톰은 사실의 제국에서 살아간다. 일체의 상상력과 감정은 배제된, 오로지 숫자와 사실들만을 머릿속에 주입하여 성장하게 된다. 앞부분의 묘사가 제법 독특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란 주인공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을까. 루이자의 아버지가 루이자의 한마디에 그토록 일관되게 사실적인 자신의 인생관을 바꾸고 용서를 구한 것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결국, 그들은 행복을 찾아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내기에 이른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하여 읽는 재미가 좋다. 디킨스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잘 번역된 것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두 도시 이야기>를 다음에 읽을 디킨스의 책으로 점찍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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