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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평점 :
73호 감방에 수감된 남자에게 그의 애인 아이다는 편지를 보낸다. 둘은 만날 수 없다. 끝도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나날이 느리게 흘러간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끼는 일이었다. 일상을 담담하게 스케치하다가 가슴 어느 곳엔가에서 솟아오르는 슬픔이 치밀기도 한다. 아, 이렇게 깊은 사랑은 우리가 사는 현재에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역자는 이렇게 썼다. 사랑, 우리 자신으로 남기위한 절박한 싸움.. 내 자신이 인간이라는 종으로 일반화되는 그저 그런 생물에 불과하다면.. 꽤 절망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한다. 무언가 특별해지기 위해. 고만고만한 우리들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내 자신을 붙들어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리 누구나 A이고 X이지만, 그 A와 X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것임을..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존 버거의 글은 언제나 마음 놓이게 하는 편안함이 있고 가끔씩은 눈물이 나오게 한다. 황사 바람 몰아치는 4월에 매우 적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