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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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이 등장한다. 책, 책을 만드는 사람들, 고양이, 요리 등. 게다가 주인공 마지메는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책 좋아하고 사회성은 떨어지는 사람의 전형! 그리고 직장 생활의 온갖 고초와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월급을 받아가며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혹하는 유혹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리게 한다.

 아라키 고헤이의 인생은 - 인생이란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회사 생활은- 사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대도해>라는 사전은 십년이 넘는 세월에 거쳐 거의 멤버 구성에 변화없이 만들어진다. 마지메라는 인물을 통해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한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하는가 하면 그와 대조적으로 니시오카라는 밝고 긍정적이고 가벼운 사람들의 장점 또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간만에 뿌듯하고 잘 읽히고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언어가 먼저일까 경험이 먼저일까.. 두 가지가 어느 것 하나를 압도하는 일 없이 균형을 이루며 삶을 윤기있게 만들어가야 함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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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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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인데 사진 한장 없다. 종이는 재생용지이고 3권까지 있는데 각 권이 두껍기도 하다. 몇년전에 읽어야지 하면서 여러해를 지나쳤다가(무려 10년!!) 올 초에 문득 생각이 나서 3권짜리를 세트로 샀다. 이 책은 읽을 수록 매력을 더하는 책이다. 오랜동안 걸어본 경험이 없는 나이지만 저자와 함께 터키의 시골마을들을 지나노라면 내 다리가 튼튼해지는 것 같다. 다른 여행서에서는 볼 수 없는 공포심,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내가 직접 겪지 않는 공포로 인해 읽는 재미가 배가 같다. 터키인과 쿠르드인의 대치 상황이라든지, 터키의 내전 등과 같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터키 사회의 일면이 여행내내 드러나 흥미롭게 읽었다. 예순 초반의 나이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부모님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식으로서의 나도 돌아보게 한다. 슬프게도 여행의 말미에 저자는 아메바성 이질에 심하게 걸려버린다. 병의 고통이 극도로 심각하게 그려지는데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가 수술까지 받는 모양이다. 그래도 2권의 초반을 읽으니 여행이 중단되었던 바로 그곳에서 다시 짐을 지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있다. 글쎄.. 아직은 목숨을 걸고 그런 긴 여행을 꼭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언젠가 그런 바람이 내 마음속에도 불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걷기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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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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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SF물은 좋아하질 않아서 이런 책은 아예 쳐다도 안보는 데 재밌다는 알라딘평에 집어 들었다. 75세 이후의 노화만이 기다리는 삶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바꾸겠는가? 단순히 젊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신체적 능력까지 주어진다면? 이러한 철학적 의문으로 출발하는 소설은 지구가 아닌 행성과 생물체 그 사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관계들을 여러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편을 예고하고 있는 유령여단의 존재가 흥미로웠다. 감정의 경험없이 어른(?)이 된 이 존재들은 태어난지 여섯살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 뇌도우미를 통해 엄청난 양의 지식들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육체가 죽은 누군가의 DNA일 수도 있다는 것은 좀 찜찜하겠지만... 이런 상상의 산물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얼간이 같은 뇌도우미는 나도 정말 갖고 싶다.

 어른이 된 이후로 공상하기를 멈춰버렸다. 경직된 사고를 하고 유연함을 잃어간다. 그런 소중한 끈을 놓치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편 <유령여단>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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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의 기술
함정임 지음 / 봄아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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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만큼 인간을 생기롭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새로움이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이미 '거기 있었다'. 다만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무엇인가가 눈에 뚜렷하게 들어오고, 그리하여 심장이 떨리고, 그 떨림을 표현하고 싶고,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특별하게 돌변하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세상은 더 이상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다'.-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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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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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도 마음가짐의 문제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우리가 가진 능력, 생각이라는 능력을 포기하면 안 된다. 생각은 행동과 몸가짐,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자신의 생각을 다스릴 줄 알아야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인생은 생각에 의해 좌우된다. 생각으로 삶의 흐름을 바꾸고, 현실에 가치를 부여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가능성의 문을 열자. p.168

 

무기력할 때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책의 표지처럼 책 안의 디자인도 차분하고, 작가의 말투조차 차분한 가운데 조용한 힘이 느껴졌다. ~하자..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나는 알 수 없는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대로 즉, 마음먹은 대로 살고 싶지만 생각이 행동이 되는 것은 십퍼센트도 안되는 것 같다. 그렇게 삶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쌓아두다보면 변화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행동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문제가 의지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의지의 탓이 아니었다.

우선 벌떡 일어나 이 책대로 내 방을 정리한다. 불필요한 잡동사니들을 버리고 최대한 정갈하게 만든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을 불편하게(?)하는 옷이 있는가. 당장 없애버린다. 이렇게 하나하나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몸을 관리하고 나아가 내 마음까지 컨트롤하는 연습을 한다. 위의 말처럼 인생은 생각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그 생각이 건전하고 확고하고 발전가능성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다듬는 연습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 부터 처리해 나간다면 어느덧 순간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내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얇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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