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알게된 화가 두 사람, 이토 자쿠추, 구마다 지카보

 

과거의 아픔이나 미래의 불안감에도 붙들리지 않고 '지금, 여기'의 반짝임만으로 살아가는 동물들, 저는 그 아름다움을 '무심'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무심이란 결코 임기응변으로, 혹은 되는대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매순간을 완전히 불태우듯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무심이라는 것은 '마음이 없다'고 쓰지만, 우리 인간은 필사적은 '마음'이라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무심이라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왜 우리들이 살기 힘든지에 관한 힌트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이 '무심'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쿠추와 구마다가 구축한 회화 세계에는 미시적 세계(미크로코스모스)와 거시적 세계(마이크로코스모스)를 넘나드는 것 같은 감각이 있습니다. 혹은 아주 작은 세계와 우주로 통할 만큼 커다란 세계가 봉제선 없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관점을 바꿔보면, 동물은 '지금, 여기'에 모든 것을 걸기 때문에 '영원과 전체'에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쿠추와 구마다도 그런 사람의 방식을 동경하여 무심의 세계를 그렸던 것은 아닐까요. p.160

 

영혼이 뒤흔들려 눈물이 나는 것도 확실히 감동입니다만 웃는 것도 감동입니다. 인간은 마음껏 웃을 때 '무심'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p.164

 

무심의 상태가 되기 위해 자주 웃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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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아홉살의 남자는 여자문제(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인지는 나와있지 않다.)로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백면서생인 이 남자는 지나가는 길에서 갱부가 되지 않겠냐고 제의하는 어떤 사내를 만나 광산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어디 갱부가 되는 일이 쉬운가. 다행히(?) 기관지염때문에 갱부도 되지 못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소설에서도 그렇듯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학문의 세계에서 빛을 발하지도 못하는 어중이 떠중이 같은 잉여인간의 삶이 그려져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그렇듯 작가의 말대로 삶의 기둥뿌리가 뽑힌 사람들도 그 정도는 상대적인 법이다. 주인공보다 붉은 담요, 심지어 나이도 어린 꼬맹이는 어디 삶의 기둥이란게 있는지 모르겠다. 광산에서 만난 수많은 갱부들의 삶 또한 그렇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며 주인공의 인생영역도 확장된다. 이 소설은 어딘가에 연재해서 그런 모양인지 정확히 세 페이지씩 번호가 매겨진다. 그것이 더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병에 잠복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사상이나 감정에도 잠복기가 있다. 이때에는 자신이 그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에 지배당하면서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또한 그 사상이나 감정이 외계와의 관계로 의식의 표면에 드러날 기회가 없으면 평생 그 사상이나 감정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자신은 결코 그런 기억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는 이런 거라며 줄기차게 반대의 언행을 해 보인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그 언행은 모순되어 있다. 스스로 미심쩍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미심쩍다는 것은 모르더라도 엄청난 고통을 겪기도 한다. p.62

사람들은 경험한 당시에 쓴 글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당시의 사정은 순간의 혈기에 사로잡혀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전하기 쉬운 법이다. p.68

도쿄에 있을 때는 눈이 팽팽 돌 만큼 사람이 움직이고 있어도, 움직이면서 다들 뿌리를 내리고 있고, 마침 뿌리가 뽑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세상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나 하나뿐일 정도라서 센주에서 옷뒷자락을 허리에 지르고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불안도 남의 두 배였지만 이곳 역참 마을에서 뜻밖에 붉은 담요를 얻었다. 붉은 담요를 얻고 나서 2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그 꼬맹이를 얻었다. 두 사람 다 나보다는 훨씬 뿌리가 뽑혀 있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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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목수정의 책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현지인답게, 관광객은 잘 알지 못할 법한 비밀의 장소들을 알려준다.  몇군데는 수첩에 적어놓고, 언제쯤 그곳을 기억하고 다시 가보게 될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그냥 이런 행위 자체가 살아가는데 위안을 준다. 테러 이후의 파리인들의 삶의 태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예전부터 읽어봐야지 하고 있다가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에서 다시 한번 만나고, 읽게 되었다.

이 좋은 책을 왜 이제서야 만났을까..

여러 꼭지가 있으나 '우리는 모르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는 글에서 자코토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고, 머리를 딩- 치는 무언가를 느꼈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능력은 잠재적이어서 그것이 모두에게 똑같이 부여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한 인간의 성취가 애초에 주어진 차등적 능력 때문인지, 동일한 잠재능력의 차등적 발현 인지는 어떤 연구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릇 가르치는 자란.. 이 글의 자코토 선생처럼 인간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누군가 어떤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그것을 불평등하게 대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발휘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는 자.. 이 가르치는 자는 가깝게는 선생님, 가정의 부모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보는 능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욕구가 멈추어버린 자들','의지가 꺾인자들'이라고 자코토는 말했다.

<무지한 스승>이라는 책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오무라이스 잼잼~

음식 만화는 행복 그자체이다. 우리 행복을 좌우하는 상당부분은 먹는 것이 아닐까. 만화의 인물그림이 아주 순~하게 생겨서 더 행복해지는 책.

저자의 아이들인 은영이와 준영이가 나오는데 아빠에게 만화의 소재를 톡톡히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을 보는 부모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계속 쭉쭉 나오길--

 

 

 

 

 

 

 

화가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들에 대해 가볍지만 재밌게 서술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흔히들 미국의 고독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삶은 인생의 굴곡하나 없이 평온한, 평생 주거지도 옮기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신기하다. 그런 그에게 고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까.

고흐의 죽음이 타살설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그림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좋아하지 않았던 프리다 칼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을 앞둔 며칠전까지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그 의지와 너무 고통스러웠던 인생에.. 고개가 숙여진다.

프리다 칼로에 대한 책도 나중에 다시 찾아보아야겠다.

 

 

 

우와

이 책을 10월말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무려 세달이나.. 집안 여기저기 뒹굴거리다가 잡히면 읽고 했다. 이유인즉슨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치인 미쉬낀 공작이란 인물의 캐릭터에 별 매력을 못 느꼈다. 장황해도 재밌게 읽었던 까라마조프씨... 와는 사뭇 다르다. 뒤에 해설을 읽고 아.. 이렇구나 하고 책을 닫았다.

돈과 결혼 이야기를 빼면... 남는 것이 무엇인가. 이해의 폭이 좁은 내 탓을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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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일기를 안 쓴지 오래되었다. 가장 치열하게 일기를 쓰던 때는 중고등학생때였다. 초등학교 숙제 일기에서 벗어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기를 쓰던 그런 때가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일기라기에는 뭐한 것을 끄적거리고는 했는데.. 유별난 자의식 때문인지 정기적으로 쓰던 것들을 없애곤 해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요즘은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그렇게 치열하게 쓰고 싶은 것을 못 느껴 쓰지 못하고 있다. 아주 큰 걱정거리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없어서 인지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오늘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나도 치밀하게 기록하고 픈 욕구가 일었다. 내 섬세한 감정선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는... 간만에 재밌는 에세이를 만났다. 이름이 남자로 오해할 만하다.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직업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글이 생글생글 살아있는 것 같다. 적당히 내 취향인 것들이 나와 더 공감하며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선 빌려있는 독서 습관하며.. 비닐에 책을 싸서 다녔던 경험까지 나와 같다. 지금은 나도 저자처럼 책을 사서 읽는 편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책을 깨끗히 읽는 버릇은 여전하여 약간 책을 신성시여기는 면도 있다. 방목 스타일인 엄마의 양육태도를 읽곤 울엄마를 떠올렸다. 정말 우리엄마는 TV를 그렇게 사랑했는데도.. 나에게 책 한번 읽어 준적이 없는데도 나는 일탈한번(?) 못해보고 책벌레로 컸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했는데, 잘 쓴다는 것을 잘 산다는 것으로 바꾸어도 괜찮을 듯하다. 어떤 일이 나에게 닥쳐도 잘 살아가기 위해 지금 현재에서 나는 좋은 토양을 가꾸어 나간다.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고, 여행을 가고, ...

새로 주어진 365일 2017 한해동안 좋은 토양을 가꾸어 나가는 부지런한 내가 되고 싶다.

 

결국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쓸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쓰다'와 '살다'는 내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나는 이 문장 속에서도 언제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라고 쓸 수 있어 진실로 다행이다.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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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녕하기에는 며칠이 남아 있지만.. 올해의 마지막 페이퍼가 될 것 같아 이렇게 적어본다.

두꺼운 소설들은 침대 머리맡에 쌓아두고 너무 조금씩 읽어서 줄거리도 잊어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상권 중반까지 읽었는데... 백치라는 공작의 생각을 모르겠고.. 사람들이 한 여자때문에 우왕좌왕하는 꼴이 더 재미있어질까 하는 호기심으로 버티고 있다. ㅋㅋ

 

그리고 몇권의 책들을 빠르게 읽었다. 거의가 가벼운 책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강머리앤. 주근깨 빼빼마른~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

그런데 나는 다시 봐도 앤이 이뻐보인다. 이 정도면 예쁜 거 아닌가.

앤이 이렇게 좋은 말들을 많이 했다니 아주 어렸을 때 봐서.. 잘 몰랐다. 말없는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의 캐릭터는 정말 인상 깊어서 기억에 잘 남아있다. 특히 아줌마의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 책을 읽으니 50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보면 마릴라 아줌마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인생이 딱 한 번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p.331

 

 

시인의 아주 솔직한 에세이집. 몇 편의 글은 아주 좋았다.

층간소음에 대해 대처하는 마음자세 같은 글들.

차분하고 조용하게 구석에 웅크려 2016년을 보내고 싶다.

 

한 해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리와 인사, 송년회가 아니다. 조용히 웅크린 채 한 해와 같이 기울어지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 않을수록 좋다. 정리를 한다고 마음을 바쁘게 몰아세울 것도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냥 한 곳에 웅크려 앉아 '생각'에 빠져 지내는 게 좋다.

페이지를 안 적어놓았더니 몇 쪽인지 찾을 수가 없다.

 

 

 

 

 

 

호기심에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어본다. 정말 두 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 18년을 편의점 알바를 해오며 살아가는 인생.

그리고 편의점이 아닌 곳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인생.

요리는 모두 다 삶아서 간도 하지 않고, 심지어 음식을 먹이라고 부르고..

확실히 요즘 편의점이라는 곳이 주는 이미지는 확고하고 기형적이기도 하면서... 뭔가 생각하게 만든다.

 

 

 

 

 

 

 

무슨 일이 있는 날만 빼고는 토요일마다 광화문으로 갔다. 그런데 늘 가던 곳이 광화문이어서 꼭 집회에 참가하러 광화문에 갔다고는 할 수 없다. 행복한 나라에 사는 행복한 국민이 되고 싶은데... 추운 겨울날 국민을 길거리로 내모는 이 나라는...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한 나라의 조건을 생각해본다. 그런데 행복한 나라 뿐 아니라 행복한 개인의 조건도, 행복을 바라고, 노력하려는 나 자신도 중요하다는 걸 깨닿는다.

 

 

 

 

 

 

1권을 재밌게 읽었는데... 2권은 감자씨의 등장으로 책의 재미가 반감되어 슬프다. 작가가 사랑을 시작하려는데... 그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 여행마저 슬퍼지고.. 흑흑.. 이건 아니야.

중남미는 정말 치안이 안좋다는 생각만 머리속에 남았다. 가기도 힘들지만 가도 무섭겠구나 라는. 그래도 궁금하기도 한 지구편 어디가의 그곳들..

나라 이름을 찬찬히 다시 본다.

멕시코, 브라질,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참, 에콰도르 아기들은 4살 때 부터 커피를 마셔도 잘 큰다고 한다.

@.@

 

 

 

 

 

 

읽고나니 우울하다.

이곳 아이들은 이렇게 사교육을 받으며 크는구나.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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