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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일기를 안 쓴지 오래되었다. 가장 치열하게 일기를 쓰던 때는 중고등학생때였다. 초등학교 숙제 일기에서 벗어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기를
쓰던 그런 때가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일기라기에는 뭐한 것을 끄적거리고는 했는데.. 유별난 자의식 때문인지 정기적으로 쓰던 것들을
없애곤 해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요즘은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그렇게 치열하게 쓰고 싶은 것을 못 느껴 쓰지 못하고 있다. 아주 큰
걱정거리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없어서 인지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오늘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나도 치밀하게
기록하고 픈 욕구가 일었다. 내 섬세한 감정선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는... 간만에 재밌는 에세이를 만났다. 이름이 남자로 오해할 만하다.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직업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글이 생글생글 살아있는 것 같다. 적당히 내 취향인 것들이 나와 더 공감하며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선
빌려있는 독서 습관하며.. 비닐에 책을 싸서 다녔던 경험까지 나와 같다. 지금은 나도 저자처럼 책을 사서 읽는 편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책을 깨끗히 읽는 버릇은 여전하여 약간 책을 신성시여기는 면도 있다. 방목 스타일인 엄마의 양육태도를 읽곤 울엄마를 떠올렸다. 정말 우리엄마는
TV를 그렇게 사랑했는데도.. 나에게 책 한번 읽어 준적이 없는데도 나는 일탈한번(?) 못해보고 책벌레로 컸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했는데, 잘 쓴다는 것을 잘 산다는 것으로 바꾸어도 괜찮을 듯하다. 어떤 일이 나에게
닥쳐도 잘 살아가기 위해 지금 현재에서 나는 좋은 토양을 가꾸어 나간다.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고, 여행을 가고, ...
새로 주어진 365일 2017 한해동안 좋은 토양을 가꾸어 나가는 부지런한 내가 되고 싶다.
결국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쓸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쓰다'와 '살다'는 내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나는 이 문장 속에서도 언제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라고 쓸 수 있어 진실로 다행이다. 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