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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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그녀의 책을 처음 접했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라는 책을 내가 취업하려고 한창 분주히 뛰어다닐때 샀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러 가면 보통 3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교통비(?)를 주는데 그 돈으로 두권의 책을 샀다. 그것도 봉투에 넣어진 그 돈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로.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들은 대부분이 참 외로웠고 허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절부터 그 정체모를 허함을 달래기위해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사람풍경>을 읽었고  그 다음이 이 책이다. 그녀의 초기작들은 아직 읽지 못했다. 내가 읽은 세권의 책 모두는 심리, 정신분석에 모두 다 관련이 되어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녀의 정신분석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는 실제로 30대 후반에 100회에 걸친 정신분석을 받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부분에 공감을 했다. 책의 제목 역시 그런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고민들이 다 비슷하고 나역시 그런 사람들이 했던 고민들을 동시에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관음증인 것처럼 나에게 문제점이라고 생각했으나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던 것들을 다른 사람이 드러냈을 때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또,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조언이 참으로 사려깊고 적절한 것 같았다. 심리분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내가 읽어도 매우 구체적인 조언으로 다가올 만큼 성의있고 전문가다움이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정신분석을 받아보고 싶다. 스스로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여유가 좀 생기면 해보고 싶다. 저자의 조언들이 생활지침서가 될 것처럼 나는 나의 수첩에 몇개의 문장을 적어놓았다. 다시 들여다 보게 될까마는 참 많은 위로를 받고  공감을 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김형경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시련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시련이나 고난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고난 속에 주저 앉아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하거나, 시련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맹렬히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거나.

그중 가장 좋은 대처법은 시련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시련을 통해 내면에서부터 사람들의 그릇이 커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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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4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7-04-1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엇보다 ****에서 요부분이 넘 부러운걸요 ^^;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
고솜이 지음, 강모림 그림 / 돌풍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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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사실은 꽤 오랫동안 나는

돈을 다른 것도 아닌 먹는 것에 과도하게 쓰는 것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친구들은 식도락 모임처럼 늘 맛있는 맛집들만 찾아헤매었고, 먹는 것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는 마지못해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모임의 주요한 행사는 당연히 먹는 것이었다. 주요리를 먹고 디저트로 또 먹을 집으로 가고 다시 또 다음 끼니때가 되면 다른 식당으로.. 

그 후로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그런 패턴을 보이고 있다. 달라진 것은 나도 그들의 대류에 합류하게 된 것.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버렸기도 하고, 실제로 식욕이 좋아진것도 같다. 여전히 육류를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맛있는 음식과 그 음식에 녹아있는 가볍고 감각적인 사유들에 아주 많이 즐거웠더랬다. 진한 커피에 베이글을 먹고 싶어서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며칠동안 베이글을 사서 자주 씹어 먹고 다녔다. 먹는 것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즐거움의 반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연코 이제 나도 말할 수가 있다. 비록 할 줄 아는 음식이 거의 전무하고 요리하는 일에 아직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나도 요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으므로 그런 꿈은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무료한 어느 날, 나도 후라이펜에 몇 되지 않은 종류의 재료들로 뚝딱 노련하게 요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생각을 해본다. 그 무료한 날에 그 담백한 소박한 내가 한 요리를 먹으면서 (메뉴는 물론 스파게티다) 기분이 좀 좋아질 수 있기를.. 생각만 해도 얼마나 설레이는가. 지금은 이 책 한권으로 조금 위로를 해보지만 기필코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오겠지? 큭..

 이 책 그림도 너무 좋고, 누군가에게 정말 선물하고 싶어진다.

 

어린왕자랑 화산으로 계란후라이 해 먹는 이 그림이 제일 좋았음 ㅠㅠ

갑자기 크리스피 도넛이 왜 이리 먹고 싶은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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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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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처음부터 끝까지에는 프리모 레비의 죽음에 대한 저자의 의문이 계속된다. 그는 왜 죽었을까? 도대체 왜..

이성적인 사람, 증인으로서 살아갈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사람, 항상 삶을 긍정하던 사람, 조용한 낙관주의자 프리모 레비.. 이러한 수식어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더 큰 의문점들만을 증폭시킨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라도 항상 삶을 긍정하던 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 모진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도 살아났으면서 심지어 그 안에서 앞으로 인간으로서 살면서 누리는 그 모든 것을 더 간절히 원했으면서..

'이해' 란 무엇인가. 저자 서경식이 또 그 책을 읽고있는 나는 프리모 레비에게 어떤 '이해'를 바랐던 것일까. 힘들지만 삶은 계속 되어야 하고 그래서 긍정해야 하고 그런 것만이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있고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던 나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저자의 말처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자의 침묵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그 답을 얻기 위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방황하고 고뇌할 것이다.

결국, 저자는 프리모 레비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그의 묘비와 생가를 찾아보았지만 그 죽음의 연유를 밝혀내지는 못한다. 책의 마지막까지 도대체 왜 그가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는가 라는 답없는 질문만 메아리치고 있다. 서경식의 고통의 가족사를 생각해보면 프리모 레비의 자살에 그가 얼마나 심각하게 몰입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얻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어떤 신념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삶이란 죽음이란 무엇이며 그 경계는 무엇이고 가치의 경중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지는 밤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그는 왜 자살한 걸까. 나로서는 그 이유를 알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저 죽은 자가 남긴 침묵에는 먼저 의연하게 머리를 숙여야 할 뿐이다. " (p. 270 )

답은 없지만, 있더라도 그 답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러한 질문을 한번쯤 내 자신에게 던져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어쩌면 죽음이란 더군다나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자살의 경우에 그 죽음에 대해 아무도 섣불리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그 사람의 주변인들이 그 사람의 평소행동은 어땠고 평소에 생각이 어땠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그의 모든 것이 이해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죽음앞에 머리숙일 수 있는 일 그것만이 살아남은 자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닐까.

사족: 서경식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번역의 특이점이 발견된다. 프리모 레비가 아닌 '쁘리모 레비', 이탈리아가 아니고 '이딸리아', '르네쌍쓰' 등등.. 왜 그의 책은 죄다 이런 식으로 번역되는 것인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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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07-10-1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돌배개쪽 책은 번역이 그렇지 않거든요. 삼인에서 나온 단절의 시대 증언의 시대의 경우에는 원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일본에서 사용하는 말을 그대로 두고 번역자 주를 넣기는 했지만. 창비에서 나온 이분의 책은 서양미술만봤는데 그랬던가? <- 먼가 아련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스파피필름 2007-10-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마다 번역이 좀 다른가보군요. 제가 읽은 서경식씨 책 세권은 다 그랬거든요. 알려주셔서 감사 :-)
 
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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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의 전작들을 거의 쭈욱 읽어온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이고, 그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좀 있는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중 하나이다.  작고 얇은 이책을 가방속에 넣고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었다.

짧은 글들이었지만 보통의 글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감각적인 문장들하며,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그의 지식들은 늘 시기심을 느끼게 한다. 궁금한 점 하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받았던 충격만큼 이 책에도 연애, 사랑에 관한 짤막한 글이 나오는데 그는 본인 스스로 연애할때도 감정적이 아니고 분석적이 될수 있는 걸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대방의 심리와 본인의 심리를 아주 정확히 늘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_-; 아, 정말 궁금해진다. 

책이 얇아서 책값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이 많은 책이지만, 보통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겐 그의 수많은 좋은 책들의 맛보기쯤은 족히 되어줄 것이라고 본다. 말랑말랑한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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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랑 보통의 것 몇 권을 사두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빨리 읽고 싶어라~
사랑을 분석하는 사람?

스파피필름 2007-03-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어여 읽으세요~ 보통씨가 보통이 아니어요 -_-;;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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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의 독서 상태는.. 집근처의 도서관 두군데에서 세권씩 빌려다 놓고 이것도 모자라 내가 산 책과 전부터 읽어야지 하면서 읽지 못하고 있는 책들이 방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상황이다. 무엇때문에 이리도 책에 집착하는 것일까. 애초에 좋아서 읽기 시작한 것이 작금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일종의 노동으로까지 보여지는.. 어서 읽어야하는데 하는 무거운 마음이 언젠가부터 자리한것 같다.

요즘 나의 일상이 '사막'이라고 생각했는지 이 책을 읽다가 나는 너무나도 지금의 내 심정에 맞아떨어지는 '사막에서 버티기'라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의미한 일상' 에서 어떤 '의미'를 늘 찾아야만 할것 같은 불안한 마음.. 이에 대한 해결이기라도 한듯 나는 까뮈의 페스트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여러 곳의 책장 귀퉁이를 접어놓았다.

우리는 그저 무의미한 세계에서 무의미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이다. 그는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오직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반항'이지요. 그리고 반항을 '사막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버티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 (중략) 따라서 '사막에서 버티기'는 삶과 세계의 무의미성, 곧 부조리 앞에서 '희망을 갖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구원을 호소함없이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살로써 회피하거나 기권하지 않는 것, 그리고 '쓰라리고도 멋진 내기를 지탱하는 것'이라 하지요.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여러 권의 고전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서 철학적으로 그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철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여져 있다. 늘 읽어야겠다고는 하지만 막상 우선순위에 밀려 뒷전이었던 책들에 대한 목록을 보며 다시 한번 일독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혹은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그 책을 읽을 당시에 대한 추억을 조용히 불러 일으켜준다.

중1에 읽었던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던 <데미안>, 대학교 1학년때 읽었던 <당신들의 천국>, 2,3년전에야 비로소 읽은 <구토>.. 특정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다는 기억이 명료하게 남아있던 책들이 이 책속에 등장하니 반가움 마음 또한 금할 길 없다. 이미 읽은 책은 지금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새롭게 다가온다.

혹시, 난 지금 사막에서 버티기의 한 방편으로 '독서'를 택한 것이 아닐런지..

문득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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