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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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강한 몸에 대한 로망이 있다. 정신이 강해지는 것 말고 육체가 강한 것에 대한. 이는 어쩌면 나에게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지병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마음대로 몸을 혹사시키지 못하고 늘 아플까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에 좀 질리기도 하지만 이런 몸도 나의 일부이니 어느덧 인정하게 되고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가 보다. 이 소설은 달리기를 소재로한 독특한 일본소설이다. 하코네 역전경주에 출전한 열명의 간세대학 20대 친구들의 청춘일기 같은 느낌의 딱, 일본 소설같은 느낌이다. 두권으로 되어있는데 2권은 거의 마라톤을 글로 중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신기하게도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티비에서 중계하고 있는 마라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묘사나 각 인물에 대한 개성있는 서술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리기가 참 인생과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달리는 능력을 재능으로 부여받은 사람, 재능은 없지만 노력으로 그 목표에 너무나 닿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 가장 중요한 페이스 조절,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할 인생의 멘토같은 사람. 이런 모습, 사람들이 이 책에는 다 나온다. 현재 상태가 최고조라고 해서 오버페이스를 하다가는 뒤에 가서 낙오될 수 있는 것처럼 능력도 되지 않은 내 자신을 늘 몰아부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혹, 능력도 없으면서 노력도 하지 않았는지 뜨끔하기도 하고.

열명의 인물의 개성이 모두 독특해서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하는데 게다가 요즘은 날씨가 춥다는 핑계까지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러너스 하이 란 것 나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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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 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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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릴 정도의 비법을 알려주는 책인줄 알았다. 좀더 행복해지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도의 답을 얻길 원했던 것일까. 행복이라는 것을 일종의 감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이것만큼 불완전한 것 또한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스스로 늘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를 마치 이분법인 것처럼 염두해 두고 사는 나같은 소심한 인간에게 이 책의 제목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뻔히 예측되는 것이겠지만 행복의 길에 정답은 없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상상하기)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설명함으로서 지나치게 행복에 집착하지도 말고 오류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가령 미래를 상상하는 것의 오류로는 상상하는 과정에서 없는 정보를 채워넣거나 있는 정보를 빠뜨린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객관적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려고 해도 자신의 현재의 경험을 넘어설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무엇을 얻으면, 어떤 사람이 된다면 등과 같은 가정을 통해 미래의 행복을 예측해보려하지만 그러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 하고, 그 과정에서 대개의 사람은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중에 '자아탄력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불행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우리 인간은 굉장히 탄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끝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불행을 겪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불행을 겪지 않은 사람이 소위 불행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심각하게 평가절하면서 동정하는 행위는 그 일을 자신이 겪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라는 것이다.

결국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내린 결론이 아닐까. 다른 사람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할때 반드시 주목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여러 상황에서 실제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자신을 남과는 매우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정서적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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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머랭 파이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4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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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미스테리라고 제목이 산뜻(!)하길래 읽기 시작했는데 네권이나 읽어버렸다. 이게이게 은근히 계속 읽게되어서 말이다. 페이지수에 비하면 꽤나 빨리 읽히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추리소설치고는 잔인하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만 정작 범인이 누굴까 고민하게 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각종 빵, 쿠키, 케잌들이 등장함으로써 달콤한 기분에 계속 취하게 된다는 것이 한나의 쿠키단지 시리즈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시골마을에서 '쿠키단지'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한나의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본의하니게 한나가 계속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넘 우끼다. 또 시체를 발견하다니 좀 조심하지 그랬니 하는 한나의 엄마의 반응 때문에 박장대소를 하게 된다. 나는 좀 조심하지 그랬니를 조신하지 그랬니 잘못읽고는 혼자서 더 웃었는데 알고보니 조심이었다. ㅋ

마이크과 노먼 사이에서 이 둘을 저울질 하는 한나의 로맨스도 조금 나오고 중간중간 쿠키나 케잌의 레시피도 나온다. 시체를 발견하고는 우울하니까 초콜렛을 먹어야 해 하는 반응이라니. 그런데 이책은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다.

겨울이 배경이라서 그런지 요즘 읽기에 딱 좋은 것 같다. 등장인물은 무수히 나오는데 사실 별로 중요한 인물은 없고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찾기위한 치밀한 복선 혹은 기막힌 반전 등은 없지만 달달한 케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위기 만으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최근에 두권이 더 나온거 같다. <퍼지컵케이크>,<설탕쿠키>까지 번역되어 있고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candy cane murder, key lime pie murder, peach cobbler murder,  cherry cheescake murder, carrot cake murder 요렇게 더 있는 것 같다. 다 번역되서 나올까.

다소 유치, 귀여운 것 같은 저 책의 표지라니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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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노라 에프런 지음, 박산호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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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재밌다 이책! 나중에 글을 쓰게 된다면 정말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점점 솔직한 것에 마음이 가는 것은 나도 나이가 든 증거? 나이듦을 예찬하는 책들은 많지만, 나이듦이 그 무엇보다 끔찍하다고 말하는 책은 아마 처음인것 같다. 늘어나는 목의 주름을 시작으로 해서 이어지는 푸념들. 그런데 이 할머니 왜 이렇게 귀여운 거냐. ㅋ

책의 뒷부분에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고 해서 나오는 것들중 동감되는 것들을 몇개 적어본다.

-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흑, 정녕 그런 것인가)

-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맞아 그런것 같다. 어느정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고)

- 35살에 신통치 않다고 생각한 몸도 45살에는 그리워진다. ( -_-;; 이미 신통치 못하다고 느끼는바 운동하자 운동)

- 55살이 되면 뼈를 추릴 수 있을 것처럼 마른 사람도 뱃살이 늘어진다. (한때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인갑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 말 당장 취소. 요즘 은근슬쩍 늘어가는 몸무게 )

- 모든 것을 기록하라

- 일기를 써라

- 사진을 더 많이 찍어라

 (기록하고 일기쓰고 사진찍는 일에 점점 게을러지고 있다. 내년 한해는 좀더 기록하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자.)

- 모든 것에 대해 두번, 세번 대비책을 마련해 둬라.

- "우리 우정이 더 중요해"라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대부분 빈말이다.

-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결국 늙어가는 것은 쓸쓸하다는 거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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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를 안고

 

눈 오는 오후에 두 달 된 손녀를 안고
어두워가는 창밖을 넋 놓은 채 보고 있다.
세상은 갈수록 눈에 젖어서 희미한데
아기는 두 눈 뜨고 물끄러미 올려본다.

아들 집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종일 왔다 갔다 손녀를 돌보아주는 것뿐.
책 한 줄 못 읽고 산책 잠시도 못한 채
안고 있는 손녀의 귀에 대고 중얼거린다.
엊그제는 가까웠던 친구가 갑자기 죽어서
이 할아버지는 며칠째 울적하기만 하구나.

그러나 우리의 처방은 읽고 보고 느끼는 것뿐인지
오늘은 종일토록 너를 읽고 보았고
실적 없이 환한 네 미소만 느끼고 있었구나
그렇구나, 나는 왜 내 의미와 변명을 찾아 
한 세월 멀고 어려운 곳만 헤매 다녔을까
너를 안고 하루를 지내니 새롭게 알겠구나
한평생 사는 것이 전여 복잡한 게 아니라는 것을.

하루 종일 어색하게 너를 안고 지낸 두 팔도
네 옹알이와 눈 오는 풍경이 좋은 마취제였는지
너를 방에 눕히고 나서야 온몸이 갑자기 저려온다.
서서히 꺼져가는 내 몸 위에서라도 바르게 서거라.
어느새 젖은 눈 그치고 건넛집 불빛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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