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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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막힌 반전이 기다린다는 말에 도대체 얼마만큼의 반전이길래 하면서 나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번에는 작가에게 속지말아야지! 책장을 넘기면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계속 되는 의심 또 의심. 확인. 그런데 이거이거 또 당했다. 완전히 속았다. 사실, 이런 내용이라면 반전이라기 보다는 독자를 작정하고 속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긴, 다소 부담스런 연휴기간을 앞두고 깔끔하게 추리소설 한권을 읽었다.

인생의 황금시대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 - 린위탕(堂)

일흔이 넘어서도 탐정일 수 있다. 누구나 맞이 하게 되는 노년의 모습. 늘 흘러가버린 젊은 시절에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우리의 늙은 미래(?)도 기꺼이 맞아주겠다는 기운 넘치는 기를 이 책에서 받은 것 같다. 제목이며 표지 그림하며 작당하고 독자를 속였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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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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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평점이 좋은 것처럼 재밌게 읽었다. SF적인 요소는 그다지 강하지 않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26장의 일라이가 영생이 주어졌을때 어떻게 살지 묘사하는 부분이다. 일라이는 돈을 버는 일, 체력단련, 세계여행, 음악, 과학 분야에 몰두할 것, 수행하기, 위대한 문학작품 집필..등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에 약 10년씩 투자한다는 상상을 한다. 로또가 당첨된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까는 상상해봤으면서도 영생이 주어졌을 때 그 생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인간의 생명이 많이 연장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백년도 되지 않고 짧은 만큼 간절한 무언가를 하며 생을 보내야 한다고 주입되어졌기 때문에 아마 생의 초반 삼십년동안 무얼할까 두리번거리고만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위에서 나열한 일 중에 한가지만 택해서 올인하기에도 우리 생은 짧다. 더군다나  요즘 나는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생애를 알아버리고는 질투와 시기, 자책의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책의 삼분의 이 지점에서 서로에게 살면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일을 고백하는 장면은 어쩐지 짠하기 까지 했다. 내 생에 가장 치욕스러웠던 일은 뭐였을까. 

네 명의 주인공들 중 영생을 얻는 두명은 누가 될 것인가. 한명은 짐작했고 한명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옮긴이의 후기에서처럼 영생을 얻는 사람은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이상주의자였다. 나는 현실주의자인가 이상주의자인가. 문득 둘 중 어느 것에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일라이가 영생을 얻고 사원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수사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네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도 흥미로웠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다잉 인사이드>가 더 재밌다고 하니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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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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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시절 내가 흠모해마지 않았던 문학선생님이 가장 소중히 여긴 다고 하시던 기억때문인지 이 책을 언제고 꼭 정독해봐야지 마음 먹고 있었다. 작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헤르만 헤세 책들을 다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있고.

그런데, 나는 싯다르타가 그의 친구 고빈다에게 들려주는 깨달음이 잘 와닿지 않았다. 스승에게 깨달음을 배우려 했던 고빈다와는 달리 싯다르타는 깨달음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스승을 모시기를 거부한다. 대신, 직접 길을 떠나는 고행속으로 들어간다. 인생의 길위에서 싯다르타는 사랑하는 여인 카밀라를 만나고,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난다. 카밀라를 통해 사랑을 알게 되고, 바주데바를 만나면서 요즘 말로 소울메이트와 같은 정신적 교감을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젊었던 시절 헤어졌던 친구 고빈다를 다시 만나고 그에게 지난 인생의 깨달음을 들려주면서 소설을 끝나게 된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직접 부딪혀볼 것, 인생의 목표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순간에 충실할 것 등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싶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소설에는 자식에 대한 집착 때문에 힘들어하는 싯다르타의 모습이 나온다. 그러면서 자신 때문에 힘들어했을 아버지를 떠올린다. 자식때문에 힘들어봐야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이런데서 나오는 걸지도. 뭔가 커다란 깨달음을 기대해서 인지 기대감보다는 못미쳤다. 또, 헤세의 다른 책에서는 별로 안 거슬렸던 쉼표 쉼표로 이어지는 긴 문장이 계속 거슬려 몰입해서 읽지 못한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증거로 한문장 옮겨보겠다.

나는 나 자신의 육신의 경험과 나 자신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그 머릿속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209쪽)

이게 한 문장이다. 계속되는 동어 반복 그리고 책 전체가 거의 다 이런식의 반복이다. 읽기 힘들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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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니 발자크에게 급 관심. <고리오 영감> 읽어봐야겠다. 안경잡이의 가방에 들어있는 것은 책이라는 보물! 금지할수록 더욱 고귀해지는 법. 요즘 책이 홀대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 많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때문일지도. 아름다워진 바느질하는 소녀는 과연 이전보다 더 행복해졌을까. 이 작고 얇은 책 너무 좋았다.

 

영국에 관한 여행서이면서 문화 전반에 대한 소개 정도. 눈이 무지무지 즐겁다. 문화적으로 이렇게 풍요로울 수 있다는 거 정말 부럽다. 그런데 이책 너무 쫙쫙 잘펴져서 다 뜯어질 것 같다. 중간부분에 실도 보이긴 하는데. 겉표지 특히 염려스러움. (윌리엄 모리스에 관련된 책 찾아볼 것, 카디프 기억해 둘 것 )

 

 

조용한 곳에서 이 책을 보다가 터져나오는 웃음 때문에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니 주의. 고양이도 표정이 있다. 그런데 저자 이름 때문인지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시네.

 

 

이책을 작년 가을 판매되기 시작하자 마자 주문하고선 그제 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의 정민이의 이야기 이후 부터 뭔가가 헤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70페이지를 남겨두고 다시 처음 부터 읽기로 했다. 좀 답답해서 책소개글을 보았더니 (부분 발췌)

그 노트에는 '나'가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들은 기구한 사연들, '나'가 기억하고 상상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거기에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뒤 죽은 동료의 이름으로 개명하고 제3세계 망명객들의 후원자가 된 헬무트 베르크의 이야기,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에서 '광주의 랭보' 이길용으로, 다시 혁명적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난 사람의 기막힌 사연, 모범적인 고등학생에서 느닷없는 폭행으로 망가져 자살에 이르는 정민 삼촌의 비극 등 역사의 우연한 폭력에 의해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사람들이 이야기에서부터, 평생을 무주 산골에 살면서 세상천지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정민 할머니 등의 이야기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있었던 것. 게다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이 사람들 이야기를 하다가 저 사람들 이야기로 마구마구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 같다. 다시 앞부터 정독해야 해야 하나 ㅠㅠ  일단, 다음 타자 군침도는 김영하의 '퀴즈쇼'부터 읽어야 겠다.

작가가 읽은 책들에 대한 간략한 독서후기 정도. 그런데 내용이 좀 부실한 듯. 개인적으로 <풍선>이 훨씬 더 좋았다. 안읽어본 책 제목은 메모하였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지혜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가 동시에 만난다. 서로의 모습에 낯설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초반의 무궁한 상상력에 비해 후반부가 좀 지루했다. 외계인 등장은 좀...

 

 

큭큭거리게 만드는 이 책. 재밌다. <말리와 나>나 혹은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에서 보여지는 그런 식의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책.

정녕 유기농 사과는 재배할 수 없는 것?? 그럼 시중의 그 유기농의 탈을 쓰고 나오는 채소는 뭔지.. ㅋㅋ

순간 작년 봄 우리집 마당에 있는 복숭아나무에 열린 작고 벌레먹고 어설픈 복숭아 한개에 너무나 감동해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큭..

스타일 앤 더 시티 ㅋㅋ

재밌고 발랄하고 솔직하다. 낸시 랭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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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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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상의 힘은 그녀를 초월하였으며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직접 그 환상에 뛰어들어 그 환상이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게 했으며, 자신의 길 앞에 떠도는 모든 빛나는 깃털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어떤 정열이나 순수함도 한 인간이 유령 같은 마음속 깊숙이 품은 것은 어찌할 수 없게 마련이다.

이 책을 순전히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건 하루키의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된 것인지 다른데서 하루키가 말한 것을 옮긴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늘 있어왔던 것! 몇번이나 앞부분만 읽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읽기를 중도에 그만 두기를 몇번 끝에 어제는 하룻밤새 이 책을 뚝딱 읽어치웠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왜 그렇게 질질 끌어왔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1920년대 미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한 미국소설의 고전중의 고전이라고 한다. 무너져가는 아메리칸드림을 개츠비라는 인물을 통해 반영한 내막이야 내가 알리 만무하고 어쨌거나 이 개츠비라는 사람,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5년이라는 세월동안 사랑해온 여자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성공한 뒤 마련한 저택, 그리고 연일 계속 되는 파티, 그 여자에게 자신의 성공을 알리고자 하는 가련한 의도는 어찌보면 속물스럽게 볼 수 밖에 없는 이 인물에게 웬지모를 측은함을 자아내게 했다. 사실 누군가의 연애사 따위야 이제는 관심밖이라 쳐도, 나는 늘 어떤 한가지에 목숨을 다 바칠 정도로 온몸을 내던지는 것에 대한 강렬한 애착,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환상, 망상 따위라고 해도 무엇을 간절하게 쫓는 사람만큼 인간적인 것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은 아쉽게도(혹은 당연하게도) 비극이다. 개츠비는 허망한 죽음으로 자신의 환상이 쌓아올린 신기루같은 성공을 뒤로하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게 된다. 어쩐지 쓸쓸하다. 하지만 개츠비의 인생을 어느 정도는 진심으로 이해했던 닉이 존재했기에 그의 죽음이 허망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심지어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보통은 잘 보지 않는 책뒤의 작품해설까지 꼼꼼히 읽었다. 읽다가 재밌는 부분이 있어 잠시 옮겨 보면 이 소설은 '개츠비적(gatsbyesque)'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고 한다. 뜻은 낭만적 경이감에 대한 능력이나 일상적 경험을 초월적 가능성으로 바꾸는 탁월한 재능을 가리킨다고 되어있다.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내 삶에 '낭만', '경이', '초월적 가능성'같은 비현실적인 단어들을 배치해보며 잠시나마 달콤한 꿈에 젖어 본다.

개츠비의 대저택과 연일 벌어지는 화려한 파티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개츠비가 죽은 후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를 묘사하는 부분 또한 기억에 남는다. 이제 두번만 이 책을 더 읽으면 나는 하루키의 친구가 될 수 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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