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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 평점이 좋은 것처럼 재밌게 읽었다. SF적인 요소는 그다지 강하지 않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26장의 일라이가 영생이 주어졌을때 어떻게 살지 묘사하는 부분이다. 일라이는 돈을 버는 일, 체력단련, 세계여행, 음악, 과학 분야에 몰두할 것, 수행하기, 위대한 문학작품 집필..등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에 약 10년씩 투자한다는 상상을 한다. 로또가 당첨된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까는 상상해봤으면서도 영생이 주어졌을 때 그 생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인간의 생명이 많이 연장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백년도 되지 않고 짧은 만큼 간절한 무언가를 하며 생을 보내야 한다고 주입되어졌기 때문에 아마 생의 초반 삼십년동안 무얼할까 두리번거리고만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위에서 나열한 일 중에 한가지만 택해서 올인하기에도 우리 생은 짧다. 더군다나 요즘 나는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생애를 알아버리고는 질투와 시기, 자책의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책의 삼분의 이 지점에서 서로에게 살면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일을 고백하는 장면은 어쩐지 짠하기 까지 했다. 내 생에 가장 치욕스러웠던 일은 뭐였을까.
네 명의 주인공들 중 영생을 얻는 두명은 누가 될 것인가. 한명은 짐작했고 한명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옮긴이의 후기에서처럼 영생을 얻는 사람은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이상주의자였다. 나는 현실주의자인가 이상주의자인가. 문득 둘 중 어느 것에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일라이가 영생을 얻고 사원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수사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네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도 흥미로웠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다잉 인사이드>가 더 재밌다고 하니 매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