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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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마녀의 한다스>를 매우 재밌게 읽었었다. 동시통역가이면서 번역가였던 그녀가 얼마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걸 알았을 때 이제 좀 우리나라에 좋은 책들이 소개되는구나 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이 책은 대단한 독서가인가 그녀의 독서일기나 서평 모음집이다. 내가 읽은 이런 류의 책 중엔 아마 가장 두꺼운 것 같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수많은 책들이 이 책에는 소개되어 있다. 안타까운 건 대게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것. 혹시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이 책을 펼쳐본 사람은 조금 실망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대단하다. 자기가 먹는 속도, 걷는 속도, 책을 읽는 속도가 꽤 빠르다고 밝히는데 읽는 속도는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권을 읽었다고 말한다. 하루에 일곱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거의가 모르는 책이어서 지루한 점도 있었지만 가끔 내가 읽은 일본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정말 반가웠다. <인더풀>,<공중그네>,<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 대한 서평이 그랬는데 책에 대한 전문가가 이런 소설들에 서평을 썼다고 생각하니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온다리쿠에 대한 언급중에 소설의 인구밀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도미노>라는 소설을 말했는데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어있나 모르겠다. 그밖에,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것, 통역가가 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언어 실력을 갖추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 나라 소설을 잘 읽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찡했던 것 자신의 병인 난소암을 치료하면서 읽었던 암에 관한 책에 대한 얘기다. 죽기 직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중에 어떤 치료법들은 거의 가망없는 자기자신에게도 적용해 보았고 그 결과나 심정, 병의 증세등도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을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니...

이 책이 대단한 책인데는 이런 책을 읽어낸 대단한 독서가가 있기 때문인다. 더불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고 난 후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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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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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롤로그를 보고는 작가의 경험담이라는 말에 의아했다. 정말 8년동안 노노무라라는 낡은 목조 공동주택의 1.5평짜리 방에서 작가는 지낸 것일까. 끝까지 읽고 에필로그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에 믿음이 생겼다. 이것이 사실인지 허구인지가 그렇게 중요할까마는 그 부분이 읽는 내내 계속 신경쓰였던 것은 이 책의 내용이 장소에 관한 이야기여서 일 것이다. 삶의 터전, 일상은 장소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짧지 않은 자취생활과 자연스레 연관시키게 되었고, 내가 그간 거쳐온 거기가 거기인 가까운 장소들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장소가 그 사람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머물렀던 동네와 집, 주변환경은 어떤 동일한 카테고리내에서 동일한 성격의 아우라를 발산하면서 나의 청춘의 한 시기를 규정지었다. 내가 나의 자취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도 아마 이 책 정도의 분량은 너끈히 나올것같다.

<퀴즈쇼>의 민수는 고시원에서 지내고 <와세다 1.5평 청춘기>의 다카노는 1.5평 다다미에서 산다. 하지만 다카노가 민수에 비해 더 재밌고 덜 궁핍하게 느껴진다. 아니, 다카노는 사실 별로 궁핍해보이지 않는다. 객관적인 주거환경으로서의 점수는 형편없지만 다카노의 일상은 늘 반짝반짝 빛나고 유쾌하다. 그런 다카노의 청춘이 참 예뻐보인다. 다카노는 서른둘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이곳을 떠난다. 돌아갈 중심이 노노무라 라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으로 바뀌면서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노노무라를 떠나게 된다. 이사를 앞두고 동네가 객관적으로 너무 아름다워보인다는 건 어쩌면 그 동네에 그의 청춘이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연히도 나도 요즘 이사를 앞두고 있고, 비슷한 증상을 요즘 겪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의 청춘도 이제 끝인건가. ㅋㅋ

장소는 누군가의 한 시기를 어떻게 규정짓는가. 그저 가벼운 일본소설같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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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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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나에게 김영하는 유독 젊은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김영하 이후의 작가들과 이전의 작가들로 구분짓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김영하 이후 한국소설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느낌이랄까.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나는 pc통신이 갖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에 대학을 다녔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와 함께 1학년을 보냈다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그 무렵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pc통신의 아이디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고 단체 아이디를 부여해 일정기간 공짜로 통신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파란바탕에 깜빡이는 하얀커서, 채팅, 번개,정모.. 쿡. 지금 생각하면 참 우끼지만 그때는 꽤 푹 빠져있었던 것 같다. pc통신은 지금의 인터넷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련한 뭔가가 있다. 실제로 내 친구중에는 채팅을 해서 번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한 친구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일인데 젊음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같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김영하는 이런 세대를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또, 이 소설의 주인공은 80년생인데 이들의 삶을 정말 잘 그려낸 것에 사실은 조금 놀랐다. 이렇게 서술할 수 있으려면 작가의 생각도 그만큼 젊어야 하고, 20대의 문화를 잘 관찰하고 간파하는 능력 등도 갖추어야한다. 사람이 보통 그 나이대를 지나면 자신의 나이에 안주하게 되어 다른 세대의 심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 법인데 그런 점을 잘 극복한 것은 작가라는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 찰스다윈

88만원 세대인 지금의 20대. 가장 찬란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세대. 그들이 비극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훗날 이 소설이 오늘의 20대들의 역사가 될 것을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다. 결국은 환경에 잘 적응자가 살아남는다는 조금 서글픈 현실 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늘 그렇지만 지금도 어색하다. 소설이 중반부까지의 통통튀는 재미에 비해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허탈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좋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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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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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정말 조금도 이런 내용인줄 몰랐다. 이유없이 한사람이 눈이 먼다. 그리고 그를 본,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하나씩 차례대로 눈이 먼다.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된다. 예외의 한 사람만 남겨두고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눈이 멀었을때 그 상황이 눈이 보일때의 상황과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눈이 멀고나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자존감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인간적인 조건들은 말살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짐승같은 생이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단지 한 개인이 눈이 보일때와 눈이 안보이게 되었을때 달라지는 상황들에 주목했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커지게 된다는 사실에만 놀랐던것 같다. 그러나, 책의 뒷부분으로 넘어가자 즉,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자 사회 전체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와 타인의 관계란 무엇인가.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눈먼 사람들의 대화중에 이름을 묻는 상황이 나온다. 하지만 눈이 먼 상황에서 이름은 존재의 이유가 희미해진다.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하는 조건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 관계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작가의 서술력이 놀라웠다. 그 밖에,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라는 캐릭터도 흥미롭다. 여섯명의 눈먼 사람들을 책임지고 역경을 헤쳐가는 모습 속에서 인간의 선함, 추구해야할 인간상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낼지가 읽으면서 무척 궁금했었다. 놀랍게도 인간들은 다시 눈을 뜨게 된다. 눈이 멀었던 순서대로 하나씩 말이다. 한번 장님이 되고나서 다시 보게 되는 세상은 결코 그 이전의 세상이 아닐 것이다. 인간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이 책을 읽은 이상 내가 예전에 아무렇지 않게 보았던 이 '세상'이 예사롭지 않다. 좀더 관찰하고 기억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귀를 기울이고, 좀더 살아가고자 애를 쓰게 될 것만 같다. 마치 내가 한번 눈이 멀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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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 명랑한 사랑을 위해 쓴다
정이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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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에서 나온 정이현의 에세이집이다. 나는 사실 마음산책이란 출판사를 좋아한다. 특히 에세이집들. 책의 가로세로 비율, 글씨체, 편집상태가 늘 만족스러웠다. 이책 역시 그랬다.

정이현과 내가 비슷한 나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몇번이나 이 책을 읽으며 미소, 혹은 작은 폭소를 했다. ㅋㅋ 아, 너무 공감대 제대로 형성되는거지.

책은 중간정도 까지는 영화에 대한 짧은 감상평들이 실려있다. 그렇다고 영화평론가들의 딱딱한 비평이 아니라 나도 한번은 생각해보았던 톡톡튀는 가벼운 읽을거리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나온 영화들을 거의 다 보았다는 것에 대해 심히 놀랐다. 이렇게 영화를 많이 봤나? 보통 다른 사람의 영화에 관한 읽을 거리들을 보면 내가 안본게 대부분인데.. 신기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 책에 실린 영화들이 예술영화처럼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 즐거이 심심풀이로 보았던 한국영화가 대부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뒷부분에는 드라마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작가의 생각들로 이루어져있다.

내가 웃었던 부분.

혹시 드라마<사춘기>를 기억하시는지. 중1짜리 역을 했던 정준. 나도 기억난다. ㅠㅠ 내 얘기같아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성장 드라마. 사춘기시절 늘 나는 내 자신이 창피한 아이였다. 그 성장기때 보았던 성장 드라마.. 기억을 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정준은 지금 모하시는지. 통 보이지가 않네.

그리고, 마이마이 ㅠㅠ 작가의 말대로 마이마이는 생산회사가 금성이든 삼성이든 상관없이 우리들의 로망이었다. 지금이야 모두 mp3플레이어를 들고 다닌다지만 나도 친척오빠의 마이마이가 정말 부러웠더랬다.

그밖에 열렬한 팬이었던 <내이름은 김삼순>, <섹스앤더시티> 나는 삼순이와 캐리에게 얼마나 매료되었었는지. 아, 나는 캐리가 너무 좋다. 긴 얼굴에 처음에는 결코 이쁘다 할 수 없는 얼굴인데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그 팔의 근육. 담배피는 모습까지 ㅠㅠ.  요즘 말로 완소.

서태지와 심은하가 동갑이라서 내심뿌듯하다는 말. 나도 심하게 공감하며 나랑 동갑인 연예인에게 혼자 연모의 감정을 키우며 자랑스러워한다.

그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이유로 나는 이 책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거면 된거다.

풍선처럼 즐겁게 명랑하게 발랄하게 올한해 보낼 수 있기를. 랄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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