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나에게 김영하는 유독 젊은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김영하 이후의 작가들과 이전의 작가들로 구분짓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김영하 이후 한국소설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느낌이랄까.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나는 pc통신이 갖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에 대학을 다녔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와 함께 1학년을 보냈다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그 무렵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pc통신의 아이디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고 단체 아이디를 부여해 일정기간 공짜로 통신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파란바탕에 깜빡이는 하얀커서, 채팅, 번개,정모.. 쿡. 지금 생각하면 참 우끼지만 그때는 꽤 푹 빠져있었던 것 같다. pc통신은 지금의 인터넷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련한 뭔가가 있다. 실제로 내 친구중에는 채팅을 해서 번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한 친구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일인데 젊음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같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김영하는 이런 세대를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또, 이 소설의 주인공은 80년생인데 이들의 삶을 정말 잘 그려낸 것에 사실은 조금 놀랐다. 이렇게 서술할 수 있으려면 작가의 생각도 그만큼 젊어야 하고, 20대의 문화를 잘 관찰하고 간파하는 능력 등도 갖추어야한다. 사람이 보통 그 나이대를 지나면 자신의 나이에 안주하게 되어 다른 세대의 심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 법인데 그런 점을 잘 극복한 것은 작가라는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 찰스다윈

88만원 세대인 지금의 20대. 가장 찬란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세대. 그들이 비극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훗날 이 소설이 오늘의 20대들의 역사가 될 것을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다. 결국은 환경에 잘 적응자가 살아남는다는 조금 서글픈 현실 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늘 그렇지만 지금도 어색하다. 소설이 중반부까지의 통통튀는 재미에 비해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허탈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좋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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