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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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식이 뭐길래로 하려다가 비단 부모, 자식만의 문제를 집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가족이라는 말로 바꾸었다. 얼마전 나는 우리 가족의 복잡다단함을 친구에게 설명했었다. 그 당시 너무 힘들었는데 친구 왈 원래 가족은 누가 보지 않으면 가져다 버리고 싶은거라고 했다. 겉으론 화목해 보이는 집도 알고보면 숨겨진 가족사가 있는 경우는 드물지 않으니 말이다. 아빠에게 맞고 자랐거나, 부모가 이혼을 했거나, 친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경우는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큰 상처를 입고, 입힐 수 있는 이 묘한 관계를 가족이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내 가족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으며 자라왔을까.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자식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자식의 앞날을 위해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뒤집어 씌우려한다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성공은 못했지만 그러한 시도자체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내가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자식을 향한 심정이 그토록 넓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흔히 부모가 되어보아야 부모의 심정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을 다시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식에게 준다는 내리사랑의 잘못된 예를 우리는 이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그런 상황을 목격하면서 자식에 대한 사랑의 바른 모습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라는 메세지를 얻게 된다. 나아가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은 어떠해야할까. 또 우리 가족의 모습은 지금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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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서평단 알림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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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요즘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열등감을 가질 법한 인물들이다. 난장이 아버지, 정신지체 삼촌 민구, 공부는 못하고 싸움만 잘하는 주인공 완득이, 결혼하러 이역만리까지 왔으나 끝내 이혼한 완득이의 엄마 베트남 여인..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은 없다. 심지어 완득이가 미워하는 담임선생님 똥주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교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한없이 움추리고 사는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이 책을 다 읽고 사실 어떤 특별한 사건도 그렇다고 메세지가 강한 것도 아니어서 리뷰를 뭐라고 써야할지 조금은 고민이었다. 생각끝에 다다른 결론은 이런 것이다. 소위 비정상이라고 말해지는 인간들에게 어떤 큰 역경이나 고난을 기대하는 것은 정상인들의 알량한 측은지심이라고 말이다. 소설의 인물들에게 어떤 장애가 주어졌을 때 으레 엄청난 고난을 예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완득이>의 작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여느 사람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장애라 함은 비단 몸의 장애만은 아닐 것이다. 결손가정의 아이 완득이는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환경때문에 주눅 들지 않고 밝고 당차게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 주인공 완득이가 빛날 수 있게 하는데는 그의 담임 선생님인 똥주의 역할이 크다. 완득이의 햇반을 빼앗아 먹고 춤꾼 난장이 아버지와 고기를 구어먹고, 교회로 가장한 외국노동자의 쉼터가 되어주는 이 사람. 이 사람을 통해 작가는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한 것 같다. 생각은 진지하되 행동은 생각없는 것 같은 유쾌한 사람. 바로 내가 원하는 인간상이었다.

느낌은 전반적으로 유쾌한 일본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완득이의 1인칭서술로 진행되는데 청소년의 일상말투로 그대로 서술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작가가 너무 많은 사회문제에 대해 말하려고 해서 하나로 크게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다소 약해졌다는 것이다.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나 킥복싱 시합에 출전하는 사건, 정윤하와의 연애 사건 등이 조금씩 약하게 다루어져서 강렬한 무언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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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음, 전용성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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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대체로 행복하다'로 쓴 이유는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며 이 문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내가 대체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충만하다'는 기독교 용어라고 알고 있다. 기독교신자도 아닌 내가 요즘 충만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표지의 저 구름과자를 한손에 들고 있는 아이 마냥 나는 땅에서 조금쯤은 공중부양해 있는 기분이다. 겨울보다 조금 나아진 우울증 증세, 새롭게 맺고 있는 관계의 친밀함, 소속감 등. 한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살펴 행복해지는 데는 그렇게 큰 사건이 필요치 않는지도 모르겠다. 정혜신의 글이야 이전부터 좋아했었다. 짧은 글이지만 긴 여운을 주는 이 책은 긴말 필요없이 공감하게 만드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아픔을 겪었던 사람은, 상처를 갖었던 사람은, 그리움을 오래도록 간직 했던 사람은 이 책에서 자신의 가슴을 쿵 울리는 글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충분한 슬픔'이라는 꼭지에서 이런 문장이 있었다. "슬프고 괴로울 때 슬픔에 충분히 젖어들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그래야 마지막에 넘어지지 않습니다"  중간에 넘어지는 건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지난한 과정들은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다. 슬프고 추웠던 수많은 겨울들에 감사하고, 이젠 열심히 그리고 슬슬- 살아갈 수 있는 봄을 맞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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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않은 길


                                고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 뿐이였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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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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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인에 대한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집어내고자 하는 점이 이 책에도 역시 나와있다.

논리적이기 보다는 '감정이입적인' ,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인'

사실, 이런 말들은 너무나 많이 들어와서 더 이상의 충격(?)을 주지도 않는다.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수없는 예들은 따로 찾을 것도 없이 나에게도 많이 해당된다. 나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닫힘'버튼을 누르고, 2002월드컵때 시청 앞 광장으로 튀어나갔으며, 근처에 이쁜 아이가 있으면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인다. 물론 해당되지 않는 것도 많다. 마늘과 김치를 싫어하고, 황우석빠도 아니며, 공공장소에서는 되도록 조용조용 말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전반적인 느낌은 뒤로 갈수록 기분이 안좋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겠지만. 내 스스로가 한국인임이 싫지만 그런 불편한 진실을 다시한번 확인하자 도대체 한국인에게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단 말인가라는 반감이 생긴다. 더욱이 저자는 자신의 독일 유학 시절의 예들을 들면서 서구의 문화가 한국의 문화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인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인데, 시선 자체도 별로 일관적인 것 같지 않고.  혹시 제목을 좀 다르게 바꾸면 낫지 않았을까. 한국인 자체를 이런식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열등감에서 비롯된 거 같아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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