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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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기 전에 나도 이런 사전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특정 단어, 명사나 형용사, 혹은 동사에 나만의 정의를 내린 사전을 말이다. 하루에 조금씩 읽으며 조금의 뉘앙스의 차이를 이토록 절묘하게 묘사할 수 있다니 하며 놀라워했다.

'사랑해'란 말에 쓴 부분을 보며 깜짝 놀랐다. 최초의 사랑해와 그 최초이후에 무수히 반복되는 사랑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해지는 사랑해.. 에 대한 그것은 나의 경험과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그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이 책을 읽으며 발견한 것이다. 아직은 책이나 영화속에서 해피엔딩이 아닌 사랑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것이 일종의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나만 특별히 불행한 사랑을 했던게 아니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시련(??)은 겪는 것이다, 뭐 그런 종류의 자기위안이었던 것 같다. 나만의 특수한 경험이라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일반적인 행태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마음의 짐은 좀더 가벼워졌던 것이다. 고로, 이별을 견디게 해주는 책으로 <이별의 기술> 같은 책보다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결론이 삼천포로 빠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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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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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같은 내용을 연상했다. 그런데, 꽤나 사실적인 줄거리의 이야기였다. 배경은 2차세계대전 독일이다. 전쟁의 폐허속에서의 기억, 가족, 우정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1권의 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리젤의 시선, 즉 아이의 입장에서 서술하려고 했는지 사물을 의인화시키는 문장이 많았다. 그런 문장들을 만날 때면 무엇을 말하는지 멈춰서서 의미를 생각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막스가 등장하면서부터 재미가 붙었고 2권은 도저히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배길 지경에 이르렀다. 재미난 것은 저자의 나이가 나와 비슷하여 2차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을 겪지 않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글쓰기의 감각과 역사적인 사실, 그리고 문학적 소양을 잘 어울어지게 작품을 써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장면들을 꽤 여러군데였다. 아빠와 남동생을 생각하는 장면이 그랬는데, 그건 아마도 아빠와 남동생과의 관계가 그리 돈독하지 못한 나의 애정결핍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빠와 지하실에서 글을 배우는 장면, 칠장이인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아빠가 페인트칠 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과정, 죽은 남동생을 그리워 하는 장면등이 그랬다. 또 막스가 리젤을 위해 쓴 책인 <굽어보는 사람>의 인상적인 그림과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책도둑은 소설에서 리젤이 전쟁의 폐허속에서 겪었던 일을 쓴 책인 <책도둑>과 일치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안네의 일기가 연상되기도 했다. (정작 안네의 일기는 아직도 못읽었다.)

죽음의 신이 지상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려가며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은 조금은 서늘하면서 애틋함을 느꼈다. 맥라이언이 나온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고.. (시티 오브 엔젤?.. 이었던가)  그러고 보니 이 책의 곳곳에는 어디선가 보았던 장면들이 연상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책도둑 리젤에게 책을 그냥 가져가도록 했던 시장부인 일자 헤르만의 따뜻한 마음, 크고 포근할 것만 같은 양아버지 한스... 말썽장이 친구 루디..  나오는 인물들의 특성이 강렬하면서도 쉽게 다가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본격적인 여름독서의 출발부터 좋은 책을 읽어 뿌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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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 신현림 치유 성장 에세이
신현림 글.사진 / 민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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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은 정말 여름이 왔구나 실감하게 한다. 방안에서 엎치락 뒷치락하다가 이래서는 더 가라앉겠다 싶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사들고 시원한 도서관으로 왔다. 수첩을 꺼내 이것저것을 끄적거린다.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온다. 내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 책, 커피와 도서관, 수첩..

지독히도 평화로울 때는 오히려 책이 잘 안읽힌다. 불안한 무언가가 내 생활을 자꾸 칠 때 그때 읽었던 책들의 구절은 더 깊숙히 내 삶으로 파고 든다. 이렇게 신현림의 책을 다시 만나고 나의 서른을 다시 생각해본다. 서른을 맞이할 때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저 나이 한살 더 먹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삼십대인것에 별 의미를 두지 못하겠다. 그런데 아주 가끔 마흔이란 나이도 이렇게 금방 오겠구나를 생각하면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서는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이 그런 시점이다. 덩그라니 놓인 거대한 시간앞에서 남들은 착착 자신의 시간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  푸르른 녹음, 파란 하늘.. 이렇게 나는 또 내가 좋아하는 여름을 권태로워서 고요할 이 시간을 맞으려 하고 있다.

외롭고 늘 제자리인것 같을 때 신현림 시인의 글은 나를 자극한다.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그 어느 나이때라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서윤이와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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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차가운 꽃빵을 전자 레인지에 돌렸다. 이내 부드럽고 포근해진 꽃빵.

커피를 끓여 마시니 입 속에 녹아드는 빵 맛이 눈이 녹을 때의

슬픈 맛과 닮았다. 형태가 녹거나 사라진다는 건 언제든 슬프다.
 


- 신현림의 산문집에서 발췌.. 

 
가끔 놀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주할 때. 

나도 꽃빵을 좋아하는데 그 맛이 묘해서 슬프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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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6-0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현림 산문집에 이런 구절이 있었군요. 제게도 관심 영역내의 작가랍니다.
꽃빵은 중국음식점에서 다른 요리와 함께 먹는 것보다 이렇게 따로 조금씪 손으로 뜯어 먹는 것도 좋지요. 슬픈 맛이라...이런 표현을 쓸수 있는 작가라서 좋아하나봅니다.

스파피필름 2008-06-08 18:10   좋아요 0 | URL
<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에요. 가장 최근에 낸 산문집일꺼에요. 꽃빵은 손으로 뜯어 먹기도 하고, 둘둘 풀어서 먹어도 웃으면서 먹을 수 있죠.. ^^ 헤헤.. 저 신현림 작가 무지 좋아한답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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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산문집은 다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선물로 받았다. 제목이 그렇듯이 선물한 사람이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응원하겠다는 그런 뜻인거 같아 한동안 마음이 따뜻했다. 공지영이 딸 위녕에게 쓰는 편지글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딸에게 쓰는 편지라, 훗날 내가 딸이란 존재를 가지게 된다면 나도 이런 글을 써서 나중에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게 했다. 그 정도로 감동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삶이 힘든 이유는 아니 정확하게 사랑을 해서 힘드는 이유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결정지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진실되게 상대를 사랑하면 나 자신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 내 스스로에게 진실되지 못한 것이 결국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것, 그런데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솔직함이란 이름으로 행해야 하는 상황을 늘 나는 자신있게 행하지 못한 것 같다. 종말이 보이는 사랑을 두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것은 좀 가혹한 것은 아닐까. 유독 사랑에 관한 글들이 와 닿는 것은 공지영의 사생활과 결부되어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겠지라는 편견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사랑을 존중하고 그녀의 아픔과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나 역시 앞으로 다가올 많은 사랑들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상대방과의 합일이 아니라 내 자신의 성장이 아닐런지. 온 생애로 모든 것을 대답하게 된다면 결국 오늘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

내 인생에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들을 온 생애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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