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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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쓰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 글을 날렸다. (나로써는 처음 있는 일이라 사람들이 리뷰쓰다가 글을 날렸다는게 이해가 안됐는데 내가 당하고 보니.. -_- 이럴 때야 말로 빌 브라이슨의 유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90년대에 유럽여행을 한 일화를 쓴 여행기이다. 하지만, 요즘 흔히 나오는 다른 여행서와는 달리 화려한 사진도 유용한 여행정보도 담고 있지 않다. 글은 시작부터 끝까지 빌 브라이슨 특유의 투덜거림이 끊이지 않는다. <나를 부르는 숲>을 읽었을 때, 킥킥 거리게 했던 그 투덜거림말이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을 때만큼 그 투덜거림이 재밌지가 않았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긴 여운이 며칠 함께 했던 <오픈북>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똑같은 유머라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유머에 더 정이 가는 법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점은 과연 빌 브라이슨은 여행도중에 그렇게 짜쯩나고 화나는 상황을 만났을 때 조차도 유머감각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나 였다. 혹시 그 상황을 지나서 글을 쓰는 시점에 그 상황을 미화시키고 재밌게 쓸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후자라면 나역시 가능한 일일테니 말이다. 힘들었던 상황을 잊는 방법중에 그 상황을 재밌게 타인에게 말하거나 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전자라면 오오, 나는 빌 브라이슨을 존경해 마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만큼 큰 삶의 지혜는 없을 테니 말이다.

각설하고, 이 책 재밌기는 하다. 유럽의 다양한 도시들을 내가 함께 다니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당췌 무서워서 가볼수나 있을까. ㅋㅋ 참고로 이 책은 90년대의 유럽상황이라고 한다. 책이 늦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안타깝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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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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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은 책 뒷장에 이 책에 대한 찬사들에서 발췌했다. )

맙소사, 이 책 너무 좋다. 어린시절부터 대학생때까지의 독서역사를 펼쳐놓은 이 책은 한 인간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도 책이 그 인생의 중심에 있다. 작가의 필력 또한 굉장히 좋아서 어찌나 재밌는지 더운 요 며칠 밤마다 침대에서 이 책을 끌어안고 야금야금 아껴읽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가끔 나는 이렇게 읽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나.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정도는 저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지 않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에서 은근히 승부욕이 발휘되는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열광적으로 책을 좋아할 수 있다니, 또 책에 대한 그 세세한 기억들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온몸에서 읽을 거리를 찾아내는 광선이 발사되고 있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때문에 박장대소를..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서 엄마의 독서회원증을 몰래 빼내서 책을 빌리는 장면, 진정한 스승인 브리올라 선생과의 추억 (브리올라 선생님은 겨우 삼십대초반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영문학을 선택하게 되기 까지의 학업의 방향에 있어서의 방황 등. 단지, 어떤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듯 나열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제철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더다의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나도 나의 아버지에게서 그렇게 비슷한 점을 느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페이지를 몇번씩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는데 어떤 무언가가 강렬하게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은 참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재미를 얻기 위해서 책을 찾아헤매이던 나날, 누군가에게 난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과시욕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했던 나날,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위로받고 싶어 책을 찾았던 나날, 그 모든 나날이 모여 결국 내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한 권씩 읽고 있는 책들이 내 인생을 이끌어가는 힘이 될 수 있기를..

 ( 이 책을 읽고 나서 지루할 것 같아 읽기를 미뤘던 소로우의 <월든>을 주문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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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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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동료 처크의 사라짐과 더불어 시작되는 테디의 착각, 혹은 반대로 병원 관계자들의 음모로 테디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소설의 끝은 결말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헤깔리게 한다. 테디가 정말 미쳐서 모든 것이 망상의 결과인지.. 아니면 콜리와 그의 일당들이 꾸며낸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작당하고서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겨대면 진실은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세뇌되는 것이랄까. 나는 늘 내 자신밖엔 믿을 사람은 없다고 말하지만, 내 자신의 기억조차도 불완전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심정적으로 나는 테디가 당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처크와의 관계도 그렇고. 돌로레스와의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도 그렇고. 제목은 살인자들의 섬이지만, 무수한 살인자들이 계속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평소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제목으로 내용을 추측해보곤 한다.) 

이 세계는, 기억이라 불려지는 것들은, 얼마나 불완전한가. 그래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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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 소설가 백영옥의 유행산책 talk, style, love
백영옥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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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나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이 아닌 신간의 경우에는 알라딘의 별평점을 보고 어떤 책을 읽을지 결정하는 편이다. 기준은 별네개 이상인데 별이 세개만 되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책 평점이 낮은 거다. 사실, 주관적 기준으로 주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튼 읽기로 결정한건 내가 마놀로 블라닉(이제서야!!)이라는 구두를 <섹스앤더시티>를 지난 겨울에 보고 알았기 때문이다. 뭐, 스타일, 유행에 관한 책이려니 했다. 책은 작가의 신변잡기스런 글을 모은 것이었다. 살짝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괜찮게 읽었다.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책을 잡고 있는 동안 어딘가 동굴같은 곳에서 머물고 있다고 나온 느낌인데, 에세이집을 읽을 때면 현실세계와 그렇게 동떨어져 어딘가로 갔다온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지만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아 내가 몰랐던 것들을 에세이집을 통해 많이 알게 된다. 또, 이 책에서는 다양한 책들의 제목이 나온다. 내가 읽지 않은 것들에 또 흥분하는지라, 메모지에 적어두었다. ㅋㅋ 장영희교수가 가수 조영남에게 선물한 <슬픈 카페의 노래> 꼭 읽어봐야겠다. 이에 대한 답선물로 조영남은 화투로 만든 꽃다발을 주었다고 한다.

읽다가 알라딘에 관한 얘기가 나오길래... (저자가 리브로에 근무했었다고 한다. ) 알라딘은 세심하고 정확한 북리뷰로, 예스24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빠른 배송으로, 리브로는 <부커스>라는 독창적인 웹진으로 유명했다. (p.189)  뭐 지금은 좀 달라졌겠지만... 아참, 그리고 소설가 김연수가 리브로에 근무했었다고 한다. 과장님이었다고 한다. 김연수 과장님... ㅋㅋ 이건 뭐, 연예인 가쉽도 아니고 말이지.  지난 3,4년간 그랬듯 나는 앞으로 알라딘에서 좋은 책을 많이 소개받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이쁘게 포장해야만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책내용의 질에 의해 좋은 책이 많이 팔리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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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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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렀던 모래의 여자를 읽었다. 도입부가 쉽게 책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곤충채집을 위해 사구로 떠나는 한 남교사의 이야기다. 모래에 대한 정의부터 묘사.. 한번도 모래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오랜시간동안(책을 읽는 동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유없이 잡혀와 이유없는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예전에 읽었던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을 떠오르게 했다. 물론 거기서는 도박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벽돌을 쌓았던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만큼의 이유도 없다. 그저, 그 곳에 제발로 갔다는 이유가 다이다. 모래의 마을(?)이 비현실이라면, 그가 살고 있었던 여자가 라디오를 통해 연결되고 싶어했던 우리들의 세상은 현실인가. 아니 그 반대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몇번의 탈출 시도를 하지만 남자는 결국 그 세계에 안주하게 된다.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노동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나선다. 물론 그가 있던 세계에서 그는 실종신고 처리가 된다.

이 소설은 우리가 밥을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하는 노동이란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노동에는, 목적지 없이도 여전히 도망쳐가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인간의 기댈 언덕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p.73)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말한 그 노동, 그 지루함에 늘 견딜 수 없었던 시절이 나도 있었는데 막상 그것에서 벗어나고 보니 한없이 그 노동이 그리운, 양면성을 발견하고는 스스로도 놀라곤 했다. 노동을 극복하는 길은 노동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노동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으로 노동을 극복하는... 그 자기 부정의 에너지야말로 진정한 노동의 가치입니다.(p.73) 진정한 노동의 가치라.. 참으로 어려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이란 것이 그저 무한하게 놓여진 시간 앞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단순한 땅파기인 것과 고고한 정신노동사이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심장이 뛰게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노동과 그로 인해 유지되는 일상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살아간다. 내가 있는 현실과 한없이 동경하지만 다다를 수는 없는 비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에 만족하며 그럭저럭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늘 비현실의 너머를 꿈꿀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또, 그러한 태도에 있어서 어느 것이 더 가치있다고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간의 적정한 지점에서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나를 보니 그래도 어른이 되긴 한건가.  (책에서 얻은 것과는 별도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자체가 너무 답답해서 읽는 내내 답답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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