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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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렀던 모래의 여자를 읽었다. 도입부가 쉽게 책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곤충채집을 위해 사구로 떠나는 한 남교사의 이야기다. 모래에 대한 정의부터 묘사.. 한번도 모래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오랜시간동안(책을 읽는 동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유없이 잡혀와 이유없는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예전에 읽었던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을 떠오르게 했다. 물론 거기서는 도박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벽돌을 쌓았던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만큼의 이유도 없다. 그저, 그 곳에 제발로 갔다는 이유가 다이다. 모래의 마을(?)이 비현실이라면, 그가 살고 있었던 여자가 라디오를 통해 연결되고 싶어했던 우리들의 세상은 현실인가. 아니 그 반대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몇번의 탈출 시도를 하지만 남자는 결국 그 세계에 안주하게 된다.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노동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나선다. 물론 그가 있던 세계에서 그는 실종신고 처리가 된다.

이 소설은 우리가 밥을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하는 노동이란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노동에는, 목적지 없이도 여전히 도망쳐가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인간의 기댈 언덕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p.73)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말한 그 노동, 그 지루함에 늘 견딜 수 없었던 시절이 나도 있었는데 막상 그것에서 벗어나고 보니 한없이 그 노동이 그리운, 양면성을 발견하고는 스스로도 놀라곤 했다. 노동을 극복하는 길은 노동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노동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으로 노동을 극복하는... 그 자기 부정의 에너지야말로 진정한 노동의 가치입니다.(p.73) 진정한 노동의 가치라.. 참으로 어려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이란 것이 그저 무한하게 놓여진 시간 앞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단순한 땅파기인 것과 고고한 정신노동사이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심장이 뛰게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노동과 그로 인해 유지되는 일상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살아간다. 내가 있는 현실과 한없이 동경하지만 다다를 수는 없는 비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에 만족하며 그럭저럭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늘 비현실의 너머를 꿈꿀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또, 그러한 태도에 있어서 어느 것이 더 가치있다고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간의 적정한 지점에서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나를 보니 그래도 어른이 되긴 한건가.  (책에서 얻은 것과는 별도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자체가 너무 답답해서 읽는 내내 답답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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