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굽는 시간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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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란의 초기작을 찾아읽기로 한것은 지난 겨울 <혀>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대게 초기작을 찾아보기로 한 작가들은 나에게는 완소작가들로 분류되기 시작한다. ㅋ 그래, 나 이 소설을 읽고 조경란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식빵 굽는 시간>과 <혀>사이에는 10년도 더 되는 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10년도 이전에 작가가 주목하고 있었던 것들이 <혀>에도 나온다는 사실이다. 표면상 음식의 이야기를 한 것부터가 그렇고, 그래 제빵학원을 다녔다는 것을 인터뷰에서인가 본것도 같다. 소설의 구성이나 재미는 초기작인 만큼 그렇게 좋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이모가 엄마였던 사실은 심지어 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이런 설정은 이제 좀 진부하다고 느끼는 바 ㅋ  하지만, 빵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주 절묘하게 비유한 것 등은 정말 좋았다.

 이 글을 쓸 당시 조경란은 서른을 앞두고 있었나 보다. 서른은 그것이 주는 상징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가. 작가는 스스로 서른을 맞이하고 성숙해지려는 연습을 하듯 소설 구석구석에 나이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었다.

식빵이 부풀어 오르듯, 작가의 머릿속에 이야기 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길. 좀더 재밌는 작품을 많이 써주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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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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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의 <on the road>를 예전에 재밌게 읽고 고른 책.

이 책에서 말하는 뉴욕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매우 바쁘다
실제로 뉴요커인 사람보다 타지에서 온 사람이 많다
예술가들이 많은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도시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등등

책 전체가 시종일관 뉴욕의 이러한 특징들을 강조한다. 아, 그리고 저자는 만나는 사람들마다에게 <섹스 앤더 시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 읽는 내내 바로 짐싸서 뉴욕으로 날아가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돌파구가 없을 때, 무료할 때, 내가 나 인것 같지 않을 때 이런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고 날아간 곳이 뉴욕이었다. 그런 용기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무모하다고 생각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 100에 1명이 그런 삶을 선택할 때 뉴욕에서는 100에 90명이 그런 삶을 선택한다고 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35세에 미술을 하려고 유학을 떠난 마종일씨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운명적으로 깨닫고 차근차근 앞으로 전진하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이 사람은 마흔이 훌쩍넘은 지금도 뉴욕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사람에게서 열정적인 삶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훗, 전에 미국비자 10년짜리 받을 때 설마 내가 10년안에 다시 미국에 가게 될까 했는데 그 10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전에 나는 다시 미국에 가볼 수 있을까. 요즘 사는게 사는 것 같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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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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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해서 인지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일단, 이 책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도대체 구덩이는 왜 파는 것일까? 이유없는 부당한 노동을 떠올리면 <우연의 음악>이나 <모래의 여자>가 생각났다. 그런 류의 내용일까.. 결론은 그런 것은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정신수양을 위한 일종의 치유(?)법이었다.

 소설에는 세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나온다. 그 이야기들이 서로 어떤 관련을 맺으며 엮어가는 가를 파악하는 것이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나는 다 읽고나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해설을 보니 마지막에 스탠리에게 도마뱀이 다가 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쌤이 도마뱀에 물릴 경우를 대비해 양파로 만든 약이 있었는데, 스탠리와 제로가 그 이전에 양파를 계속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독서퀴즈를 맞히고 좋아하는 어린애같군ㅋ)

 아주 오래전에 독서퀴즈를 시험봤던 게 생각이 났다. 중학교 때였던가. 그러니까 굉장히 오래전인데 그 시절에도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시험으로 봤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게는 문제들이 내용의 핵심을 묻는 다기 보다는 지엽적인.. 가령 특정 소재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거 같다. (양파가 답이어서 든 생각이었다. ㅋ)

그 밖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구덩이에 스탠리 여행가방이 도대체 어떻게 묻히게 된 것인가와 그 가방이 소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당췌 모르겠다. 허나, 아동을 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친구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려고 애쓴 점, 스탠리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헌운동화를 새운동화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이라는 것등 설정이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청소년문학을 재밌게 읽기에 나는 너무 늙어버린 것일지도.

그런데 구덩이와 holes는 어감이 어찌나 다른지.. 구덩이라고 하면 너무 암울하지 않은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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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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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빨간 표지에 잔혹함이 묻어나는 제목때문에 추리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특별히 스토리가 있다기 보다는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철저한 기록같은 느낌이 강하다. 구성은 두 부분으로 병행해서 진행된다. 살인사건 전의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 클러터씨 가족의 이야기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두 범인 딕과 페리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클러터씨 가족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고, 평화로웠는지를 계속 강조하면서 대조적으로 이 범인들이 벌인 짓이 잔혹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살인의 세세한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하는가 하면 살인 후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여행하는 이들의 잔혹함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책이 특이한 점이라면 두 범인의 범행의 동기를 찾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성장배경, 교도소에 있을 때 가족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등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치밀하게 파헤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범행에 대한 댓가로 그들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문제들도 제기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자기 혼자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이 범인들에게 우리는 어떤 형벌을 내려야만 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그들이 나와같은 인간이라는 종족이라고 생각했을 때 밀려오는 무기력함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마음 한켠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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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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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이토록 솔직할 수 있을까와 이 사람 나와 비슷한 시기에 유년을 보냈을텐데 성장배경이 너무 옛날같다는 것이었다. 솔직함이 장점이 될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늘 내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솔직할 수 있는 있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무언가를 거짓으로 말한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러는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말하지 않는 것도 솔직하지 못한 것일까.

 이 책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화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막노동을 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의 화해, 생활에 바뻐 자식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엄마와의 화해,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해야했던 누나들의 삶 들여다보기.. 이 책을 쓰면서 작가는 좀 편안해졌을까. 가난이 그의 작품세계에 큰 힘이 되었을것이라 생각해본다. 간간이 책 중간에 한페이지 전체에 가족들을 클로즈업해서 그린 것을 나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그림을 그리면서 작가는 아빠가 아닌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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