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철학자와 함께 기차를 타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철학 에세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철학자는 쇼펜하우어였다. 세계는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며 그 인식은 바로 나의 선택이라는 점. 알고 있다가 살다보면 자주 잊게 되고 그래서 또 비슷한 고통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통제 밖의 것들에 마음을 쓰기 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의 감정, 정서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예술, 자연을 가까이 하며 자주 몰입의 순간을 갖고 하루에 하나씩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자고 다짐해본다. 자기 반성으로 흐르는 몹쓸 습관... ㅎㅎ
쇼펜하우어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였지만 취미로 하는 플루트 연주가 수준급이었고, 맛있는 음식도 찾아먹으며 나름 즐겁게 살았던 듯하다. 타인이라는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으로서 마음에 들든 안들든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럽다. 이 저자 이름이 익숙해서 보니 예전에 읽은 <행복의 지도>의 저자였다.
이 소설은 전혀 읽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김영하북클럽으로 알게 되었다. 역시 정말 재밌다. 작가, 편집자, 평론가, 독자의 네 관점으로 쓰여진 이 소설에서 나는 독자의 관점에 가장 마음이 갔다. 아무 부담없이 그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재밌게 읽고 싶다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아주 천천히, 때론 신중하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귀중한 무엇이 내 삶의 작은 부분을 변화시켰다고 섬세하게 감지하는 것,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다르겠지만 몰랐던 출판계의 이면, 작가의 창작의 고통, 평론가의 운명, 출판과정에서 편집자의 역할 같은 것들도 재밌게 읽힌다.
메리 매콜리프 4부작의 마지막권이다. (4권이 끝인가?)
1929년 월 스트리트 주식 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된 후, 2차세계대전을 겪고 제3공화국이 몰락하는 동안의 일들이다. 이 책에서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면모들이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이 두 인물에 대한 서술이 많지는 않아 다소 흥미도가 떨어졌다.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거트루드 스타인. 본인이 유대인이면서도 나치와 반유대주의에 동조하는 모습, 심지어 히틀러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실비아 비치의 고군분투와 세계대전 중에 루브르 박물관의 명화, 유물들이 어떻게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는지도 기억에 남는다. 특정시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가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이러한 형식에 익숙해져서 인지 독서가 산만해졌던 것 같다.
아주 천천히 로마사를 읽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에서는 9권까지가 안토니누스까지 인데 로마제국 쇠망사에서는 1권의 100여 페이지까지에서 끝나버린다. 두꺼운 로마제국 쇠망사를 민음북클럽 페밀리데이때 많이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인후 아주 흡족해하고 있다. 앞부분만 읽어봐도 아주 기대가 된다 ㅋㅋ 군인정신과 야심으로 똘똘 뭉친 트라야누스, 치세 내내 끊임없는 여행으로 속주들을 단단히 살폈던 활동적인 하드리아누스, 평온한 봄볕 같았던 안토니누스 황제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변덕이 심한 성격이었다고 묘사되는 하드리아누스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역사소설 <하드리아누스의 회상>을 통해 다시 한번 살펴볼 생각이다.
처음 2005년에 나온 소설이니 한창 주목받았던지도 오래되었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의 슬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미스터리한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연상케 했다.
눈물이 쏙 나올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15년전에는 충분히 핫했을 소설이었을 것이다.오히려 <사랑의 역사>라는 책의 정체를 파헤쳐가는 추리 과정이 이 책을 읽게하는 동력 같았다.
시대를 뛰어넘는 사람은 없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그냥 개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성공한 것은 그를 둘러싼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5세기 무한정 영역을 확장하고 있던 유럽의 독서 시장, 점점 늘어나고 있던 세속 문서와 그것을 다루는 시민계급의 성장, 곳곳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던 필사 공방, 얼마되지 않는 지식인들의 독서 수명을 연장한 시력 교정용 안경의 발명,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등- 본문 그대로 인용) 면죄부의 바른 표현은 면벌부라고 한다.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3권을 드디어 읽었다. 비록 많은 페이지들에서 그저 눈이 글자들을 스캔하기도 했지만;;
3권을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까.
오데트를 둘러싼 사교계의 모습,
마르셀을 딸 질베르트의 연인으로 인정한 스완 부부,
숭배했던 작가 베르고트와의 만남,
질베르트와 마르셀의 관계(마르셀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하다ㅠㅠ),
그리고 부인들의 완력 ㅎㅎ(베르뒤랭 부인, 코타르 부인, 봉탕 부인 등) 그러고 보니 꽃핀 소녀들은 누구지? 어쨌든 4권으로 나아간다.
나는 점심시간에 밥 먹는 걸 싫어했다. 점심시간은 밥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혼자 있기 위해 존재한다. p.61
사실상 내가 보면서 잠들지 않은 영화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평소에 걸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잠든 영화들이다. p.71
이런 문장들을 읽으며 이건 내 얘긴데.. 하고 몰입되는 순간이 참 좋다. 시간의흐름 출판사 책들이 매무새가 좋고 감각적인 글들을 많이 펴내고 있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몽카페>라는 책도 지금 재밌게 읽고 있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의 저자는 결국 카페를 차리게 되네! 오잉...
이런 책들도 읽었다.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자꾸 내 주변에서 맴돌아서... 펼쳐들었는데 어머나 좋네! <내게 무해한 사람>도 읽어봐야겠다.
곽아람 기자의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는 품위를 장착하기 위한 자기계발서 느낌의 독서에세이다. 어릴 적 부터 책벌레였던 저자의 경험이 남다르다. 곽아람 기자가 C일보 기자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문득문득 들었다.
(책읽기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실시한 최초의 교육이자, 최후의 교육일 것이다. p.290
장마가 시작된 7월의, 여름날로 가는 길목.
더운 여름도 건강하게 책은 좀 쉬엄쉬엄 읽으며 내 몸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알라딘 22주년 기록에서 나의 첫 구매는....
뭔가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사놓고 읽지는 않은 것 같네요. ㅋㅋ 구매 금액은 0.6%정도 인데 다른 분들 서재 보고 좀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