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오직 자신의 재능으로 세계를 밝힌 사람들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요하네스 케플러, 마리아 미첼,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에밀리 디킨슨, 레이철 카슨 등이다. 마리아 미첼이나 마거릿 풀러는 전혀 들어본적 없는데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신기한 것은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있지만 세기를 훨씬 뛰어넘는데도 마치 서로 이어져 영향을 주고 받는 것 같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만나봐야했던 마거릿 풀러 같은 인물도 있고 무슨 이유인지 공포를 느껴 죽을 때까지 작은 방안에서 나오지 않은 에밀리 디킨슨 같은 인물도 있다.

거의 모든 인물의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오묘한 삼각관계 또는 그 이상을 이루기도 하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관계에서 힘을 얻고 재능을 발휘하는데 원천으로 삼은 경우도 있었다. 독립된 자아라는 환상.. 우리 모두는 어떻게든 이어져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살다가, 결국은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게 된다. 인간의 근심이여,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말했던 케플러의 말처럼.

 

 

 

<오만과 편견>을 아마도 두어번쯤은 읽었던 것 같은데.. 김영하북클럽 도서로 선정되어 다시 읽었더니 또 새롭다;; 혼자 읽을 때 보다 좋은 것은 이 책에 던져지는 질문과 다른 사람들의 답이다.

사랑, 연애, 결혼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지금까지 고전으로 남아있게 된 소설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인물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혼자 답을 해보며 이전 독서와는 다른 점을 느꼈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몰입도가 높은 고전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어느 시기에 읽던 책들에..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 대한 언급이 너무 자주 눈에 띄어 궁금해서 집어들게 된 책. 괴테는 1786년 9월 부터 1788년 4월까지 이십 개월에 걸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는데 주목적이 고전 탐사였던 만큼 로마에서 일 년 넘게 체류한다.

그는 어떤 곳에 가면 암석, 지형, 기후, 식생, 나아가 사람들의 성향까지 면밀히 파악하며 직접 보고 듣고 마치 현장탐사에 나서듯 여행을 했다. 당연히 여행은 오늘날의 편한 여행이 아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진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까지 말하니 도대체 이탈리아는 어떤 나라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대상을 확실하게 보는 것은 책으로 여러번 반복하는 것과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거의 매일 상당한 분량을 글쓰기로 그날 보고 생각했던 것을 썼는데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패드나 스마트폰도 카메라도 없었던 시대에 손글씨로 기억에 의존에 쓰는 여행기라니... 그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와는 상관없이 그 성실함만은 최고인 것 같다.

 

5권은 쇼팽과 리스트를 다루고 있다. 오히려 이 책에서는 쇼팽보다는 잘 모르고 있었던 리스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리스트는 피아니스트가 갖춰야 할 최고의 기교과 능력의 경지를 보여준 비르투오소라고 칭해지는데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 신체적인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이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리스트는 손의 크기가 도에서 다음 옥타브의 솔까지 닿을 정도로 컸다고 한다.)

쇼팽의 연인인 조르주 상드의 사적인 면모에 놀랐다. 둘째딸인 솔랑주를 증오할 정도로 차별했다니 평등 사회를 부르짖었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쇼팽을 아이 다루듯 보호해주었던 인물이다. 말년에 리스트는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누구보다 겸손한 자세로 많은 제자를 가르쳤다. 음악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리스트는 위대한 거장이자 따뜻한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이전 책들에 비해 아는 음악은 별로 없었지만 실제로 들으며 읽으니 미지의 것을 알게 되는 보람이 컸다.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가 실존 인물인 작가를 넘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면 작가에게 이 보다 더 큰 축복, 성공일수가 있을까. 홈스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그를 추모하는 열기로 런던 시내가 떠들썩했을 정도였다.

과학적이고 누구보다 합리적인 증거로 사건을 해결하게 만든 도일이 말년에 심령술에 빠졌던 것은 의문이지만 그의 행적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것은 그만큼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의 인기가 지금까지도 대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다혜의 책은 추리소설을 입문하고 싶게 만든다.

내친김에 집에 굴러다니던 <주홍색 연구>도 다시 읽었다. 9권까지 나와있는데 다 읽어봐야겠다.(이제서야 ㅋㅋ) * 읽어보고 싶은 책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

어딘가에 용감한 형제들이라고 오타가 나있어 혼자 빵터졌다. 페이지를 안 적어 놓았네.

 

 

 

진 브로디 선생은 바야흐로 현재 전성기다. 여학교에서 브로디 패거리를 이끌며(그녀의 패거리에는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자신의 사상을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무리에 들면 교과서의 내용보다는 그녀의 삶의 진수에서 뽑아올려진 정선된 핵심을 전수?받을 수 있다. 그녀의 핵심을 전수받아 내것으로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면 그녀의 말대로 '크림 중의 크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브로디처럼 나의 인생에 찾아오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나이와 상관없이 전성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올해는 문학동네 북클럽에 가입해보았다. 매달 2권의 책을 소개해주는데 이 책이 첫 책이었다. 편협된 독서목록에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크림 중의 크림이라는 표현이 하루키의 소설에도 나와서 반가웠다.

평일의 조용한 오후 하루키를 읽으며 차분히 행복에 젖어본다. 잠깐뿐이지만...

 

"나도 물론 그때는 무척 신경쓰였어." 내가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곱씹어보았지. 상처도 받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멀찌감치 물러나 바라보니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는 시시한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인생의 크림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라고." p.48

 

*도서관에서 이 책을 '1인칭' 단수로 입력하고 검색하니 검색이 되지 않아 그럴리가 없는데.. 이 책이 도서관에 없을리가... 계속 생각.  내 머리 속에는 1인칭 단수로 기억되어 있었나보다

 

 

단지 보티첼리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을 닮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스타일도 아닌 오데트를 사랑하게 되는 스완. 사랑하다 못해 집착하기 까지 하는 스완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이 식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3부에서 딸 질베르트 얘기가 나오므로 둘은 결국 결혼했다는 이야기. 이 간단한 줄거리를 이리 치밀하게 서술할 수 있다니... 이제 2권까지 읽었으니 올해는 6권까지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거 다 읽고 박경리의 토지도 독파해야하는데...

내용을 떠나 책 자체가 아름다워 자꾸 눈으로 보고 쓰다듬게 된다. 흐.. 3권은 더 아름다운 초록색이다.

 

 

 

 

 

 

 

소박한 문장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글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꿈꾸는 직업으로 아마 사서는 순위 안에 꼭 있지 않을까. 나 역시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사서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서라는 직업이 책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책 읽을 시간이 많은 직업은 아니라는 것은 나중에 알고 조금 실망을 했다^^;; 이상과 직업 전선이라는 괴리...  

도서관 공기에 떠도는 약간의 무료함 같은 것이 전해져오며 사서의 마음을 엿보는 일이 재밌다.

 

 

 

 

 

가수 요조의 책을 처음 읽었다. 요조의 음악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지만 책을 읽는 나는 요조가 꾸준히 책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읽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좋다. 역시 홍대여신에 대한 편견이었나보다 ㅋㅋ

두 권을 이어서 읽으니 저자와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책방도 잘 되고 글도 꾸준히 써 책으로 내주시길.. 그때마다 요조의 책을 읽고 좀 더 행복해져야겠다.

 

 

 

 

벚꽃이 피고 지고, 철쭉이 피더니 그 빛도 바래가고 있는 5월이 시작되었다.

무사한 하루하루가, 그 안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는 하루하루가 되길 기도해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5-06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 완전 좋네요. 겹치는 책이 두권밖에 안되지만 (일인칭 단수, 오만과 편견) 그 두권이 너무 좋다는 ^^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초반부만 읽고 방치해두었는데 괜찮나 보네요. 마저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

스파피필름 2021-05-06 14:47   좋아요 2 | URL
이렇게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읽었던 기억이 금세 사라지더라구요 ㅜㅜ 읽을 책 목록은 금방 늘어나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늘 조급한 마음입니다 ㅋㅋ
좋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scott 2021-06-04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포스팅 좋아하는 1人
예감 적중 함요 ㅎㅎ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스파피필름 2021-06-05 06:21   좋아요 1 | URL
으앗... 무려 scott님이 친히 댓글을 ㅠㅠ 감사합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새파랑 2021-06-04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여기서 다시 발견한 잃.시.찾 이네요^^

스파피필름 2021-06-05 06:25   좋아요 2 | URL
저 새파랑님 서재 갈때마다 느끼는건데 책이 다 제 취향이어요. 흑흑~~~ 끝까지 힘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읽어버립시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초딩 2021-06-0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실물을 봐도 화면으로 봐도 오만과 편견은 예쁜 것 같아요 ^^
ㅎㅎㅎ
그리고 5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스파피필름 2021-06-05 06:2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어제는 레미제라블 글 읽다가 너무 우끼고 글이 아름다워서(!!) 혼자 읽다가 막 웃었어요 ㅋㅋ 초딩님 글이 생활의 활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