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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약속
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 올댓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었으나, 요즘에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이다. 원래 물건을 잘 못버리는 성격이다보니 물건 하나를 잘 못 구매하면 불필요한 물건을 집에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 넓지 않은 집에 잡동사니 하나 더 추가하기 싫어서 최근에는 소비 생활을 가능하면 극단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생각보다 그것마저 쉽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해서 깊이있게 고민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이 책은 저자가 가지고 있거나 의미있는 물건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있게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빈티지 가구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 책의 저자만큼 내가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서 이 정도의 책을 쓸 수 있을만큼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글 쓰는 것을 실천에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른 차이가 있다.
여러 물건들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오롯이 담겨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물건을 하나 꼽으라면 '이케아 포엥' 의자이다.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저자가 특별한 사정상 구입하게 된 의자인데, 정작 원래 쓰려던 용도로는 쓰지도 못하고 한참 고민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나는 현대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터라 저자처럼 오래된 가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의 물건을 구입할 때도 워낙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오랫동안 고민하게 된다. 저자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고민을 하면서 구입했지만 현대적인 물건이라도 애착을 가지게 되면 자신의 물건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오래된 옷장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실용성이 무척 떨어져도 오랜 세월동안 버리지 못하고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더 낡아버린 옷장은 묘사도 재미있었었지만 그 옷장에 담긴 역사가 이제는 저자와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에게도 그런 물건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생각보다 그런 이유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상당수 있었다.
여러 물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한 의미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조건 물건을 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정말 나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만 남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생활을 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건의 소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