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뤼뺑이냐 홈즈냐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0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홈즈는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한 탐정이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탐정들이 많아서 사실 홈즈가 베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 뤼팽과 홈즈 중 누가 더 머리가 좋은 사람일지는 작가도 무척 궁금했나보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뤼팽의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이 홈즈와 뤼팽의 대결을 과감하게 썼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예상을 했지만 누가 이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쟁쟁한 결투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뤼팽의 작가인만큼 뤼팽의 위트가 좀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총 2개의 대결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사실 전자기기가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탐정과 도둑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왠지 낭만적이기까지하다. 여기서 홈즈는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의 탐정으로 규칙을 명확하게 지키는 타입으로 나온다. 원래 홈즈가 주인공인 작품에서는 약간의 여유와 유머도 느껴지는데 이 작품에서는 유머와 여유는 뤼팽의 몫으로 돌려졌다. 오히려 홈즈는 조급하고 조금 답답한 신사처럼 그려져서 개인적으로 홈즈를 더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시대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들이 한 작품에 나와서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대결한다는 것이다. 물론 코난 도일이 이런 작품을 썼다면 분명 좀 더 멋진 홈즈가 나왔겠지만, 뤼팽 특유의 위트는 조금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홈즈는 다소 진지한 편인 것은 맞으니 말이다. 추리 소설의 형태를 가지기는 했지만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는 다 아는 전제하에서 쓰여진 소설이니 팽팽한 긴장감은 없다. 오히려 누가 어떻게 속일지 그 부분이 더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하다. 책 뒤에 보너스로 실려있는 짧은 5편의 단편 소설도 꽤 흥미로우니 재미로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