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3
신원섭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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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있는 한국 추리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구성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딱 바로 그런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가가 꼼꼼하게 처음부터 사건을 계획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조금 거친 제목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작가가 이런 제목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소설은 한 여자가 자신이 아는 남자에게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도와달라는 전화로 시작된다. 사실 한 밤중에 이런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무척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가상의 상황이니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 한 여인의 죽음을 두고 수많은 사람이 얽혀서 각개 전투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실마리는 잡혀간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독자들이 힌트를 얻을 수 있도록 복선을 깔아두었는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충분히 다음 사건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돈에 연연하는 것인지 조금 답답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속도감 덕분에 이 작품이 절대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훌륭한 실력을 갖춘 작가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최근 황금가지에서 펴내고 있는 밀리언셀러 클럽 작품들은 상당히 수준높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꼼꼼하게 짜여진 소설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다. 불필요한 군더더기없이 독자가 원하는 부분을 제대로 콕 집어내고 있어 답답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렇게 수준 높은 한국 추리소설들이 서점에 많이 나와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알려주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 흥미진진한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으로 정신없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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