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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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제목이 독특하다. 몸은 살아있으면서 정신만 자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거의 듣지도 못했고,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개념이다. 그런데 정신자살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설정이다. 차마 내 목숨을 스스로 끊지는 못하겠고, 정신만 자살을 할 수 있다면 뭔가 일이 좀 더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주변에는 계속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변호사 고진은 기이한 사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옛날 사건에서 아쉽게 놓친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굉장히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는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있게 고민을 많이 한 듯 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이런 작품은 나올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인간의 욕망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매우 다양한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좀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읽는 재미는 늘어났다. 결과를 이성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탁오 박사가 주장하는 정신자살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이 책을 다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넌센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을 찰떡같이 믿고 있는 박사의 정신 상태가 과연 정상인지 궁금하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는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는데, 매 권 읽을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라 은근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지루한 것도 아니라, 이제는 다음 에피소드가 매우 기대되는 캐릭터이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를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기쁘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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