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스쿨버스라는 개념은 사실 나에게 조금 어색하다. 나는 스쿨버스는 운행하지 않는 공립학교를 다녔고, 그것도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 위해 뭔가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스쿨버스가 매우 흔하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가 운행하는 스쿨버스는 무척 독특하다. 그냥 일반 학생들이 타는 버스가 아니라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장애인' 아동이 타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그리 많은 탑승 인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노선의 탑승자들은 버스에 오르내리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실 지적 장애를 겪는 아동들을 상대하기에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반인들의 생각에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계속 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그리고 가끔은 이유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평범한 다른 아이들과 같은 자극이나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저자는 장애 아동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그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사실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경험이 되었다. 자신보다 모자란다고 생각하던 친구들에게 오히려 자신보다 더 삶에 대해서 놀라운 통찰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냥 몸집만 커진 일반 아이들보다 어떻게 보면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이 아이들이 더 큰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자가 아낌없이 풀어낸 스쿨버스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사람들을 외모로만 평가하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사실 사람은 첫인상으로 보이는 외면보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이 더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처음 본 인상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특히 제이크와 같은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이상해보이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상당히 지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도 그런 매력에 푹 빠졌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살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그 스쿨버스에 함께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나와는 조금 다르지만 많이 이상하지 않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다 읽을 쯤에는 아마 조금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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