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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왜 이 사람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고, 중요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에 담겨있는 사건의 관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실적 내기에 급급하고 용의자가 진실을 말하고 행동해도 절대로 믿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용의자를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전체 줄거리를 보면 어떻게 현재 사법체계가 무고한 사람을 끝까지 범인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매우 상세한 고찰을 보여준다. 여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힘없고 돈없는 사람이 용의자가 되어 버리면 그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은 매우 적다. 첫 단추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무죄를 밝혔어야 하는 건데 용의자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그를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결국 범인으로 몰린 사람도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어버린다. 워낙 정교한 그물로 몰고 갔기에 다시 반박할 자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는데 좀 더 집중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저자는 이 사건으로 인한 2차 피해자에게 좀 더 집중한다. 물론 이 책을 읽자마자 등장하는 사건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 흥미진진했다. 이렇게 허술한 증거로도 우수한 경찰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만 신경쓸 뿐,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평소에 추리 소설을 즐겨읽는 독자라면 여느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른 전개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과연 이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점점 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경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