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이 나이가 들어 걸리는 병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병 중의 하나는 바로 치매이다. 알츠하이머 병이라고도 하는데, 과거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환자 본인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무척 힘들게 하는 병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병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세상을 뜬 후에 이 책을 펴냈다. 엄마가 병에 걸린 후에 겪었던 사건과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엮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마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달랐다. 조금씩 성격이 바뀌어가고 예전 기억을 잘 떠올리지 못하는 엄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물론 아빠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참으로 무심한 딸이 아니었나 싶다. 오히려 기억을 하지 못해 엉뚱한 말을 하는 엄마로부터 상처를 입고 오해나 하기 일쑤이다. 병마와 싸우느라 힘든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런 엄마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한 변명이나 하려고 이 책을 썼나 싶기도 하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가장 편안하게 보살필 수 있는 곳은 결국 전문 요양원이었다. 딸이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어머니를 보살피기에는 일상 생활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아마 대부분의 가족들이 선택하는 환경도 비슷할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 한 명을 일반인이 돌보기에는 자신의 모든 생활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그 곳에서 결국 많은 것은 기억하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했다. 

엄마와의 기억을 위주로 쓰기는 했지만, 그리 행복한 기억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계속 읽으면서 조금은 화가 났다. 이렇게 이기적인 딸의 모습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생각보다 썩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조금은 실망했다. 하지만 만약 나의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다면 분명히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외면할 수 없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 끝까지 읽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었지만, 끔찍한 병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 환자 가족들의 간접 체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느끼는 것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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