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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크리스티네 튀르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도 걷는 것을 꽤 좋아한다. 특히 멋진 자연을 보면서 걷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힐링이 된다. 그런데 트레킹을 죽기살기로 해본 적은 없다. 항상 내 몸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적정선을 지키면서 취미삼아 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3대 트레일 코스를 모두 완주하고 미국 장거리 하이킹 협회가 수여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그 트레일 코스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자는 과연 어떻게 그 어렵다는 완주를 해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트레킹의 시작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만난 사람들이었다. 거의 바닥에서 자고 계속 몇 달 동안 걷기만 하는데도 무척 행복해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저자에게는 인상적이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생각했겠지만, 저자는 그 후로 조금씩 장거리 트레킹을 준비했다. 하루 이틀 걷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실 몇 개월동안 걷는다는 것은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가장 결정적으로 트레킹을 하게된 계기는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한 것이었다. 아마도 유럽은 고용시장이 좀 더 유연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겠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리고 나서 기분 전환으로 장거리 트레일을 걷겠다는 아이디어는 독특하긴 하다.
저자도 평소에 운동도 별로 하지 않다가 트레킹을 시작한터라, 처음에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체상의 문제로 중간에 트레킹을 포기한 사람이 속출한 가운데 저자는 생각보다 멀쩡한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서 평소에 운동을 잘 한다고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사실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있기 때문에 하루에 걸어야만 하는 거리도 정해져있다. 그래서 무작정 걷는 일이 쉬워보이면서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여러가지 제약사항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걸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장거리 트레일이 주는 묘한 쾌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비록 걸어보지 못했지만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대리 체험하면서 이 트레일을 걸으며 어떤 경험들을 할 수 있는지 함께 느끼고 공감했다.
3대 트레일을 걸었던 경험들이 모두 이 책에 실려있는데, 아무래도 첫번째 걸었던 트레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책을 읽으며 장거리 트레일까지는 내가 도전하기 힘든 분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과감히 도전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 체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트레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