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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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내 귀에는 세상의 소리가 잘 들렸고, 다양한 소리 언어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세상에는 분명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이라도 분명 그들만의 대화가 있으며 귀가 들리는 사람들처럼 수다쟁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꽤나 감성적인 표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은근히 미스터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류가 아닐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사건들이 의외로 연결되는 부분도 있었고,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밀을 파헤쳐가는 미스터리로 전개되다가 나중에는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전개가 무척 독특했다. 

본격 탐정은 아니지만, 경찰서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서 의문나는 점들을 계속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고, 또한 농인들에 대한 시각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가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다. 비록 일본 농인 사회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인들도 여기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입으로 말하는 언어가 발달된 사회이기 때문에 수화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수화로 대화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꽤나 활동적인 대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코다' 라든지, 농인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청인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든지, 농인들 사이에서도 그들만의 자유로운 대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이야기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의미가 깊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더더욱 농인들의 삶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조금은 안타깝지만,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임하는 주인공들이 있어서 이 책이 너무 우울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약간은 색다른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말미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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