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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인문학 - 아는 만큼 꼬신다
김갑수 지음 / 살림 / 2016년 12월
평점 :
책 제목은 '작업' 인문학이지만, 실제 내용은 커피, 음악,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직업이다보니 이래저래 모아놓은 지식이 많은데, 전문적인 책으로 내기는 애매하고 이성에게 어필하기 좋은 주제라는 점에 착안해서 만든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뭐든 한 우물만 오랫동안 파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는데, 확실히 저자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는 제대로 파고 들었나보다. 이 책의 깊이가 그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첫번째 주제인 커피는 일단 그냥 보통보다는 약간 깊은 정도의 지식이다.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충은 알고 있을 법한 내용들인데, 그래도 복습하는 차원에서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커피가 워낙 일상 음료가 되다보니, 그리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커피를 접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커피 전문점에 가도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을 위한 메뉴가 있으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가볍게 이야기하기에는 커피만한 주제도 없다고 본다.
두번째 주제인 음악은 좀 더 깊숙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음악을 듣기위해 별도의 공간까지 마련한 저자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 내공은 충분히 쌓였으리라 본다. 나도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류의 정통 음악이 아니라 단순히 팝 애호가 수준이다. 하지만 저자는 재즈와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지식을 아주 쉽게 넘나들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쉽고도 재미있게 접한 지식이라면 바로 이 음악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핵심이다.
마지막 주제인 연애는 그냥 일반적인 연애 지침서를 크게 뛰어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통의 연애 지침서들이 아직 어린 연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이미 결혼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관점은 조금 다르지만 참신한 주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약간 고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은 연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저자가 자신의 취미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자, 그 주제에 관련된 책이 나온 셈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용이 무겁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정도의 느낌이다. 특히 음악과 관련된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근현대 음악의 지도가 머릿 속에 쉽게 그려질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