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PM 밤의 시간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김이은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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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소설은 읽고 나서도 좀 섬뜩하다. 혹시나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탄탄한 구성 덕분에 굉장히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이렇게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이 요즘에도 있나 싶기도 한데, 어차피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것이니 그러려니 한다. 왜냐하면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는 것이 '미니멀라이프'라고 해서 내가 가진 것들을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버리는 생활인데, 거꾸로 이 책의 주인공은 어떻게든 물질적인 것을 갖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너무 많은 것을 언급하면 줄거리가 노출될 것 같아서 대략적인 내 느낌 위주로 서술할 예정이다. 일단 여주인공의 사고는 본인이 갖지 못한 것을 어떻게든 갖고 싶어서 안달난 듯 하다. 사실 돈이 많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어릴 때 조금은 비뚤어진 교육이 어른이 되어서 이상한 기준을 갖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여주인공의 피를 물려받은 딸은 좀 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어린 아이라면 차마 하지 못할 생각들을 선악의 기준이 없이 그대로 내뱉는 것을 보면 나중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것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죄의식없이 말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비뚤어진 사고를 가진 사람은 보기 드문 편이다. 

욕망때문에 이 모든 사건들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주변 사람들의 심증은 있어도 확실한 물증은 없다. 이것만큼 범인에게 유리한 상황도 없을 터이다. 다른 사람의 심리적인 약점을 이용해서 그 사람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이 너무 비겁해보인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짓밟고 만들어진 삶이 과연 우아한 삶이 될 수 있을까? 절대적인 죄책감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그런 도덕적인 관념마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면 그런 감정도 없겠지만,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정상인이라면 제 정신으로 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 그냥 가벼운 관계라면 모르겠지만 정말 깊은 관계가 된다면 그 전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능하면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과거의 어떤 사건에서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중요하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서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순간의 선택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국 소설이 이렇게 제대로 된 사이코를 만들어 낼 줄은 미처 몰랐다. 좀 색다른 스릴러물을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작품을 읽어보길 바란다. 일단 한 번 손에 잡으면 끝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버려야 하는 놀라운 흡입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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