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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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 나 혼자 고립되어 있다면 그것만큼 우울한 것도 없을 터이다. 그런데 아주 어릴 때부터 정말 혼자 살아온 소녀가 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은밀한 일들을 해야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이 소녀는 세상에 물들지 않아서 순수함 그 자체이다. 라푼젤의 이야기 끝에는 멋있는 왕자님이 나타나서 그녀를 구출해준다. 그리고 아마도 잘 살았습니다...로 끝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현대의 라푼젤은 좀 다르다. 그녀를 만나러온 왕자님은 어쩌다보니 가게 된 것이고, 그녀에게 반했던 것도 아니다. 아마 그 왕자님에게 반한 것은 라푼젤 뿐이다. 

조금은 색다른 라푼젤의 이야기가 루나 크로니클 3번째 시리즈로 나왔다. 꽤나 긴 이야기라서 이번 이야기는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어지는 이야기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기존에 있던 캐릭터들도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무척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어떻게 전개될지 막막하던 이야기가 여기에서는 조금씩 정리되어가는 느낌이라 마지막 이야기의 교두보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인 줄 알았던 크레스는 생각보다 강한 아이다. 그동안 영상들을 통해서 세상물정을 대략 알기는 했지만, 워낙 외부와 접촉이 없었다보니 세상 밖으로 나가면 무기력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막상 어려운 상황이 닥치고 본니 이 아이의 위기 대처능력도 상당히 높다. 크레스와 카스웰의 모험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처음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이 커플의 조합이 마지막에 가서는 꽤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레스의 특기가 컴퓨터 조작이다보니 컴퓨터로 왠만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이미 이 시리즈를 읽고 있는 독자라면 알겠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개성이 독특하다. 이런 개성들이 모여서 이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힘이 된다. 워낙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보니 우연의 일치도 꽤나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으니 그 정도 억지는 애교 정도로 보고 봐도 좋을 터이다. 크레스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작품이니, 평소에 SF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절대 놓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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