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음, 양억관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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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슬프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갖고 있다. 표지만 봐도 저 멀리에 있는 낯선 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데, 그리 밝은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각자 나름의 사정을 갖고 있는데, 옴니버스식으로 하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고, 서로 연관성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 사실 모든 이야기가 매우 잔잔해서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번 자극적인 이야기만 읽는 것보다 때로는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이런 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부모는 매우 마음 고생이 심하다. 서양에서는 비교적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은 자폐증이라 하더라도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정도로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평소에 욕구 조절을 잘 하도록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올 정도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바닷가도 무척 작은 마을이지만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름 흥미롭다. 너무 작은 마을이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관계가 때로는 부담스럽다. 


처음에는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들이 각 단편의 말미에는 나름대로의 평화로운 결론을 내려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더라도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편하더라도 장점으로 전환시켜 보면 나의 주변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딱 부러지게 명쾌하지는 않아도 내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도 똑같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라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보다 더 좋은 여건일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려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다른 것보다 내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일텐데 말이다. 조금씩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꽤 괜찮은 북캉스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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