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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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배우는 외국어는 영어, 중국어 정도이다. 터키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터키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은근히 드물다. 나도 최근에 회사와 관련된 일 덕분에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평범한 사람이 터키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신기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 터키어를 배웠다. 그래서 책의 중간중간에 터키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는 당최 읽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실 터키어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이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현대 국어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말이라도 암묵적으로 어떤 모임에서 어떤 단어를 어떤 의미로 쓰기로 규정했다면 그것도 충분히 언어가 된다. 그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서는 이상한 단어를 오만가지 의미로 사용하는 재미있는 모임도 보여준다. 이 모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이 필요하지만, 막상 모임에 가입하고 나면 별 의미없는 내용들만 주고 받을 뿐이다. 이 모임에서 만난 어떤 사람을 실제로 터키어 강좌에서 만나면서 언어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다. 내가 언어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터키어와 우리나라 말의 차이점을 안다고 해서 뭔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문학 전공을 하다보니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언어적인 지식이 소설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터키어는 하나의 배경일 뿐이고,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일상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름 심도있게 고찰하면서도 가벼운 에피소드로 풀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보통 학생의 시선으로 본 우리의 생활은 참으로 단조롭고 오해도 많이 생길 수 있겠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덕분에 터키어라는 언어에 대해서 한 번 관심을 가져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언어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결국은 언어의 외형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내 멋대로 정의내려본다. 언어의 효용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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