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모든 사건이 그러하듯, 사건은 별 일 아닌 것 같은 평온한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혼의 위기에 삐걱거리지만, 그래도 예쁜 두 딸을 가진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충실하게 돌보고, 그냥 그런 생활을 보내고 있던 중 내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것도 내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용의자로 몰리는 경우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 교수로 가끔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심각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것만 제외하면 극히 평범한 심리학자인데, 때로는 넘치는 호기심으로 인해 본인 자신을 위험으로 몰고가는 의협파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상당히 진중하고, 서두르지 않는 전개 속도 덕분에 이야기 전체는 무척 탄탄해졌다. 그러나 초반에 빠른 이야기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소 지루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이야기 초반에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 덕분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굉장히 분노에 차서 책장을 넘기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떤 범죄든 그 죄의 경감을 따질 수는 없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확실히 받아야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아직 미처 자라지 못한 새싹을 잘라버리는 일은 끔찍하기 짝이없다. 


비록 정식 수사관은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단서를 토대로 끊임없이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 덕분에 자칫 잘못하면 완전 다른 방향으로 결말을 맺을 뻔한 사건이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아주 작은 단서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절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식 형사도 아니면서 왜 사건을 쑤시고 다니는지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강력한 욕망을 가진 주인공을 보며 왠지 모를 존경심마저 든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가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건의 연결 고리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겨우 이것밖에 되지 않았던 것인지 약간 허탈감도 없지 않지만, 끝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구성력이 상당하다. 결국 모든 일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다소 음울하지만 이것도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면, 우리 주변의 사건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평범한 스릴러에 질린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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