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잡이들
은승완 지음 / 들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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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서부극이 연상되었었다. 그런데 첫 장을 넘겨보니 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아주 아주 내가 어릴적에 꿈꿨던 직업 중의 하나가 '작가'였는데 사실 대학교 진학할 때 이 직업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예 다른 쪽으로 전향했다. 사회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던 소시적에도 작가란 배고픈 직업이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나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글을 무기로 이 세상을 살아나가려는 작가들이다. 등단해서 전업 작가가 된 경우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다양한 글을 쓰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작가라고 하면 전원 생활을 유유자적 즐기면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한 작가는 예상했던 것과 같이 생활이 무척 어렵다. 인터넷을 보면 종종 올라오는 작은 콘테스트에 응모해서 그 상금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어느정도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생활이 거의 불가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환경에서도 꼭 글을 써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어떤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 길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여기서 보이는 작가들은 모두 고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백조들 같은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세 많고 우아한 것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근히 출세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보니, 다소 소심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생활을 계속 영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또 재미있는 것은 글이라는 것이 개인의 창작물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서 그 창작물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쓰고자 했던 소재를 훔쳐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면 당초 소재를 제공한 사람은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매우 애매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들의 세계가 살벌한 줄은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돈 많고 멋진 사람은 나오지도 않는다. 왠지 보통 사람보다 조금더 각박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나름 짠한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말 제대로 된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들이 수두룩할터이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는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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