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대륙기 1 블랙 로맨스 클럽
은림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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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 때, 예쁜 여자 주인공의 일러스트에 그저 아름다운 환상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서로 다른 어미의 배에서 나왔으나 너무나도 비슷하게 생긴 여자아이 두 명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기에 그 어떤 연인도 이 두 사람보다 더 강력하게 이어질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한껏 기대감을 품고 이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큰 스케일에 놀라고 또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동양풍의 판타지가 이토록 흥미진진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작품은 총 2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큰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반드시 두 권을 모두 한꺼번에 구입해서 읽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1권만 읽는다거나 2권만 따로 본다면 그 앞뒤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국 작가가 쓴 작품은 잘 안 읽는 편이다. 왜냐하면 배경이나 등장 인물이 좀 뻔하거나 심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뭔가 다르다. 일단 한국어로 쓰여지지 않았다면 결코 구사해내기 어려운 우리 말의 구성을 정말 잘 해낸다. 사실 좀 꼬이고 꼬일대로 꼬인 문장들이 굉장히 많아서 일반적인 작품들처럼 한 번에 책장을 마구 넘기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이 부분도 조금 버거웠는데, 읽다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된다. 그리고 판타지 문학 중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인 십이국기처럼 하나같이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창조해내는 것도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엄청난 필력으로 완성해낸 작가의 내공이 새삼스레 대단하게 여겨진다. 


1권에서는 반공주가 궁궐로 가기까지의 여정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반공주를 차지하려는 세력과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미래만은 자신이 선택하려는 의지를 가진 주인공들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라에서는 여성들의 인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리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자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얕보이는 대상이 되기 쉬웠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나, 소설 속에서는 그러한 남녀 차별이 보다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조금 뻔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시작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어마어마하다. 다만 의식의 흐름을 이리저리 따라가야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단어 하나 하나에 숨겨진 이야기의 의미를 하나씩 음미해가면서 쫓아가야 하는 고충이 나름 있었다. 단어 유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첫번째 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펼쳐놓은 이야기의 마무리는 두번째 권에서야 어느정도 정리되니, 일단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망설이지 말고 두번째 책도 집어들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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