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소설책을 만났다.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도입부나 인물의 캐릭터가 눈에 띄도록 특별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사건이 진행되는 속도나 긴장감이 상당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1인칭 시점으로 계속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누가 누구를 어떻게 속고 속이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인공이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의 가족, 특히 정부로부터 보호해야하는 아이 때문이다. 죽을 고비를 여럿 넘기면서도 아이만은 지키고 말겠다는 부모의 강한 의지는 아무도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일들을 어떻게든 해내어 보이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100명당 1명 꼴로 특정 지능이 유난히 뛰어난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브릴리언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이들이 인류의 축복이라고 여겼으나,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식 시장이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다. 급기야는 '브릴리언트'들을 보통 사람인 '노멀'이 관리하는 사태에까지 이른다. 좋은 단어로 브릴리언트들을 '관리'한다고 하나 결국은 모든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에는 정부 기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또한 브릴리언트로 태어난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세뇌 교육을 받아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누리기가 불가능하다. 주인공인 쿠퍼는 브릴리언트이면서도 브릴리언트를 체포하는 정부기관에서 일한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딸이 브릴리언트와 같은 행동을 보이면서 그는 브릴리언트와 노멀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한다. 브릴리언트의 대표적 테러리스트인 존 스미스를 체포하고자 다양한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어릴 때는 나도 TV에 나오는 천재들처럼 뛰어난 지능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한 재능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부단히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차별받고 싶어하지 않는 브릴리언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노멀들의 생각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어떤 쪽이 선하고 어떤 쪽이 악한지 분별하기 어려운 문제를 두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결국 작가가 선택한 쪽은 바로 생명이다. 브릴리언트이든 노멀이든 사람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지능의 높고 낮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사는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리 좋은 능력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삶은 결코 좋은 삶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이 책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라도 내 삶에서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을 은연중에 던진다. 지금 당장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싶다.

 

할런 코벤, 데니스 루헤인과 같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당연히 마음에 들 것이라 자신한다. 요즘 읽을 책이 없어 고민하는 SF, 스릴러의 팬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아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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