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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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술을 좋아하는 부부도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술을 달고사는 부부 이야기다. 나는 술보다 사람들과 함께 밥먹는 자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부어라 마셔라하는 부부와 함께 술을 먹으면 일주일은 드러누울 것 같다. 절대 과함이 없이 솔직담백하게 쓴 글을 읽으면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한겨레 21의 인기 칼럼이었다는데, 그럼 이 시점에서 궁금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도대체 이 책은 누가 무슨 이유로 읽는 것인가? 일단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자면,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술을 잘 먹는 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 술을 극도로 많이 마시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재미인데, 소설도 일상 생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을 소재로 약간의 환상을 가지면서 읽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더욱 놀라운 내용이 담겨있다. 왜냐하면 일상에서는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체험담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는 실화라는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이 책은 처음 기획이 맛집 소개도 함께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한 음식점의 상호와 주소, 그리고 기본적인 정보가 담겨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맛집 소개 책자와는 많이 다르다. 그 집의 메뉴에 집중하기보다는 X기자 부부의 철저한 배경이 된 음식점이 아주 잠깐 나오는 정도이다. 사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맛있는 안주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음식점에 좀 더 눈이 가는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책에서 소주 냄새가 나는 착각이 들었다면 그건 정말 착각이었을까. 그 정도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술 이야기로 가득차있다. 술을 좋아하더라도 이렇게 좋아하는 와이프가 있을까 싶다만 이렇게 사실적인 에피소드라면 충분히 이런 인물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왠지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나도 살짝 취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까지 술집에 데려가서 함께 밥을 먹는 게 좋은 일일지는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덕분에 이 집의 아들은 나중에 아주 술을 잘 마실 것 같다. 술을 왠만큼 마신다는 주당들도 이 책에 나오는 와이프만큼은 못 마실 듯 하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나도 술을 진탕 마셔보는 간접 경험을 하느라 꽤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저자인 X기자는 아내 술시중 드느라 힘들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비슷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듯 하다. 정말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술시중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술로 인해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읽느라 없던 취기도 생기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어떤 일까지 벌어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왠만한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실화를 읽느라 정신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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