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니를 보라 - 세상에 불응한 여자들의 역사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모든 여자들은 남자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그런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녀가 평등하다고 말하는 현대 사회의 상황이 이러한데, 확실하게 남녀를 차별했던 옛날에는 어떠했을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 와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지 않아서 뭇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함이다.

 

사실 나는 역사책을 그리 즐겨읽는 편은 아니라서 특정 부분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렇다보니 이 책에 나와있는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이 저자가 열심히 자료를 찾아가며 만든 뒷이야기 위주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무심코 집어들었는데,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소설책을 읽는 마냥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술술 읽힌다. 그동안 위인전기에서 읽었던 일반적인 사실이 아니라 진짜 그녀들이 살았던 삶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읽고 있으니 친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살았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적인 제약으로 인해 완전히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인기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미실이다. 지금의 사회적 잣대로 봐도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한 나라를 손에 넣어 부족함이 없었던 여인의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드라마에서는 그녀의 자유분방함이 미화된 것이라니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살짝 엿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소설 중의 하나가 '작은 아씨들'이었다.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척 예뻤는데, 그 덕분에 나는 집에 원서로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작가로서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인간적인 삶에서는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부담이 있어 다소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한다. 명작을 남긴 작가의 이면에 가지고 있는 아픔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약간은 씁쓸한 기분이다.

 

이외에도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제약 속에서 활동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또 어떻게 살아야할지 작은 고민은 던져준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뭐든지 성급하게 하려다보면 제대로 될 일도 안되는 법이다. 역사속에 숨겨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철저한 고증과 다양한 사진 자료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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