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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미술관 - 그들은 명화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최병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학과 미술관은 언뜻 보면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미술은 경제와도 밀접하게 닿아있다. 왜냐하면 예술가도 하나의 직업으로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얼마 전에 케이블 TV에서 방영했던 '아트스타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실제로 예술만 전업으로 해서 생계를 이어나가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들은 삼시세끼 먹고, 작품 활동만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미술계는 그것마저도 어려울 정도로 일부 작가들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에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작가들의 판로가 조금은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선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명화 속에 담긴 경제 이야기이다. 그림을 보면서 그 당시의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인 배경에 집중하여 설명하고 있다. 약간의 경제 용어도 나오지만 크게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이런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선하다. 나도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 중의 하나가 그 지역의 미술관일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 정도 되는 독자가 보았을 때 여기서 다루는 그림은 상당히 이름있는 유명한 명화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해하는데 굉장히 편안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책에서 한 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설명도 상당 수 있어서 조금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 장에는 작가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앞에서 다뤘던 주제와 조금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이제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고흐를 비롯하여 르누아르 등 다양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장에는 미술시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학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아닐까 싶은데, 굉장히 한정적인 국내 미술시장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려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많이 있었는데, 중국에 그림 모작으로 유명한 명소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요즘에는 워낙 인쇄기술도 좋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저렴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컬러 인쇄된 판넬도 많이 유통되는데, 사람이 직접 그린 유화 작품을 구입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원본의 감동과는 거리가 좀 있겠지만 인테리어상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상품도 어느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관심들이 하나둘 모여서 미술에 대한 시장을 넓혀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책 표지에 보면 화가의 눈으로 본 경제도 함께 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그 내용을 다룬 부분은 많지 않다. 일단 저자가 자신의 눈으로 본 미술을 주로 이야기하다보니 조금은 개인 감상 중심의 글이 많이 실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약간 색다른 시각의 예술 입문서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어쨌든 예술은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장르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생활에 예술이 좀 더 다가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