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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요, 어느 날 - 사랑도, 일도, 행복도
이윤용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평점 :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일수록 결혼을 빨리 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 들어보니, 왜 나는 아직 혼자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혼자서도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것.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낄 새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연애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지게 된다. 사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비슷한 싱글들이 비슷한 이유로 혼자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혼자 있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조용한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다. 잔잔한 일상의 한 단편을 잡아내서 어쩌면 그렇게도 맛깔나게 설명을 하는지, 역시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보다. 미스터리 소설에만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소소한 생각의 반전이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그냥 무심코 지나갔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콕 집어서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점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요새 유난히 결혼 청첩장을 많이 받는데, 결혼식을 다니다드는 생각은 꼭 이렇게 피곤한 결혼식을 과연 해야하는 건지에 대한 정당성이다. 부모님들은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회수하는 차원이라고도 하지만, 그만큼 돈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아예 처음부터 안 쓰고 안 받으면 좀 더 편할텐데, 그냥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실려있었는데, 마지막 멘트가 재미있었다. '네, 죄송합니다. 그냥 조용히 있을게요.'
30대 초반에는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40대가 되면 돌아온 싱글들이 많아진다는데, 아직 40대는 먼 남의 얘기같아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40대 싱글녀가 쓴 이 에세이를 읽고 있자면 아등바등 결혼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아이를 갖기 위해서 결혼을 하지만 한국은 평생 내 편을 만들기 위해서 결혼한다고 한다. 나도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 사람의 생각에 동조를 하는 편이라, 진짜 확신이 없으면 당장 결혼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노산을 걱정하기보다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나중에 피곤한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 짝이 없다고 초조해하는 싱글들에게 이 책을 슬그머니 건네주고 싶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고 즐길거리들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