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현실적인 미래소설

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책 소개를 처음 보았을 때, 난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오길래 생물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SF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실제 내용은 그와 조금 다른 주제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난자 판매에서부터 비롯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주로 인터넷과 에너지에 관련된 내용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지금 막 개발되기 시작한 기술들과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기술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이 소설에 현실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SF소설을 보면서 다양한 기술들의 나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철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신기술의 나열에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의 본질에서 조금 멀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 사회는 인터넷 상의 사회와 실제 사회로 분리된다. 지금도 두 사회가 어느 정도 융합되어 있는데, 미래에는 인터넷 상의 캐릭터가 좀 더 중요시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제 생활에서도 닉네임을 주로 사용하며, 실제 이름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독특하게도 남성 중심의 사회가 여성 중심의 사회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쁜 점만 부각된 것 같아서 좀 아쉽다. 모계 중심 사회의 모습을 다룬 미래 소설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폭력성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은 여성과 남성의 성만 바뀌었을 따름이지 지금 사회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 과연 여성 중심의 사회로 바꾼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양한 기계들이 여성들의 신체적 단점을 보완해주지만, 결국은 그 기계들이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인공적인 산물을 중시히는 사회는 자기 꾀에 넘어간 토끼마냥 거꾸로 이용당하기도 쉽다.

인터넷의 발달과 새로운 에너지가 도입된 가까운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책도 볼 만 하다. 그리고 다양한 기계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내용이나 전반적인 작품 몰입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매 장면마다 스펙타클하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복선을 두고 있으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결말에다 갑자기 마무리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맥이 빠진다. 그러나 다양한 신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에서 작가가 자료 조사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너무 진지하게 보지 말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읽기에 딱 적당한 작품이다. 최근 나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미래 기술들을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챙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