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천재들의 두뇌게임

후견인
김비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12월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주로 해외 문학을 접해왔다. 한국 작가가 쓴 소설을 읽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무척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을 따르자면 일단 사건이 벌어지고 탐정은 알 수 없는 범인을 잡기위해 온갖 추리를 동원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쫓는자와 쫓기는 자가 모두 전면에 등장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잡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지에 대한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너무나도 책 내용을 잘 보여주는 표지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소설은 좀 더 흥미진진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매력을 뽐낸다. 한국 작가가 쓴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외국 배경인 것은 아마 개인적인 취향일테지만, 보통 유명한 추리소설 작품들은 외국 작품이니 한국 독자들에게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설정이다. 오히려 이런 작품을 쓴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이야기의 전개도 흥미롭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도 꽤 독특하다. 언뜻 보기에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 같지만, 모두 나름대로의 아픔과 과거를 가지고 있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이들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는 구성도 꽤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하는 사람은 살인자인 스칼렛이나 그녀 또한 마지막에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겪게 된다. 사실 처음부터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던 결말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게 구성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애착이 갔던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똑똑한 탐정인 루카스 튜더다. 이 작품의 끝까지 그에 대한 결말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후속작이 등장할 것 같다는 예감도 든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함과 높은 지능, 뛰어난 문제해결능력 등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으로 나오며 꼬마 셜록 홈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어리버리한 조수인 제러드 타일러는 마치 왓슨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콤비이니 이들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다.

이미 책 소개를 보면 어느정도 줄거리가 나와있어 전체적인 흐름은 예상되는 바였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루카스의 행동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아마 요즘에 나온 추리소설들이 너무 감성적으로 흘러가거나 뻔한 수법들을 쓰고 있어 지루함을 느끼던 독자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마지막에 반전을 밝히는 부분이 너무 급하게 쓰여진 감이 있어 다소 김빠지기는 하지만, 그 전에 살인자와 그를 쫓는 탐정의 두뇌 게임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대단한 결말은 아니더라도 일단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오랜만에 개성이 넘치는 주인공들과 함께 서로를 쫓는 게임을 즐겨보는 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