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예찬 -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이디스 그로스먼 지음, 공진호 옮김 / 현암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번역이라는 작업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까다롭다. 단순히 다른 나라의 말을 또 다른 나라의 말로 바꾼다면 컴퓨터가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실제 번역은 그리 만만치 않다. 특히 문학 작품의 경우에는 원서가 담고 있는 문화까지 감안하여 다른 나라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옮겨야하기 때문에 회화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출판물 번역까지 잘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번역 서적이 서점에 나와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번역물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요즘에 유명한 책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로 출판되는 탓도 있겠지만 영어권의 독자들도 다른 나라의 작품은 잘 안 찾아보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문화적인 독선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만하다.

 

저자는 스페인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번역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고, 스페인 문화권 연구를 하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간단한 번역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때 번역의 매력에 빠져 이제는 번역을 전업으로 하고있는 작가이다. 번역가를 단순히 기술자라기보다 작가라고 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의 언어로 옮길 때 자의이든 아니든 번역가의 문체가 문장 전체에 스며들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번역된 글은 원작자의 글인 동시에 번역가의 작품이 되기도 하는 묘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출간된 번역서들을 보면 원작자의 이름과 함께 옮긴이의 이름이 함께 들어가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번역가가 다르면 약간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된다는 것은 여러 서적을 조금만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번역서를 멀리하는 출판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좀 더 많은 출판 관계자와 독자들이 다른 나라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함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번역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가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했다. 소설 번역보다 더 까다로운 것이 시 번역인데, 그만큼 다 하고 나면 보람도 더 큰 것이 시 번역이 아닐까 싶다. 다른 언어로 옮기고 나서도 의미와 운율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 결코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을 어떻게 저자는 거쳤는지 상당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 번역에서 스페인어를 영어로 어떻게 옮겼는지 나와있지 않아서 직접 저자가 어떤 번역작업을 거쳤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책 뒤에는 우리나라 번역 출판계에 대해서 대담을 나눈 자료가 실려있는데, 미국 출판계와 한국 출판계를 비교해서 살펴보는 계기가 되어 상당히 의미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외국 문학에 대해서 배타적이지는 않으나, 번역가에 대한 처우가 무척 낮은 것도 사실이다. 번역가는 많지만 실력있는 번역가가 많지 않은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것은 번역 문학 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책을 만든 사람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무척 아쉽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하고 통번역이 현재 사람의 위치를 대신한다고 해도 인간의 감성까지 따라잡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번역가와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이 책이 많은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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