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산책자 -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강예린.이치훈 지음 / 반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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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을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는 이동도서관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많은 책과 만날 수 있었다. 두 도서관 모두 장서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린 시절 잊지못할 책들을 만들어준 멋진 곳이다. 처음으로 책을 마음껏 빌릴 수 있었던 도서관을 방문하던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수많은 책들로 가득찬 대학 도서관에서 시간날 때마다 책 여행을 하곤 했다. 수많은 활동들로 가득했던 대학 생활이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는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직장을 다니게 되니 도서관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는 도서관이 없고, 책을 빌리려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하는 탓에 벌어진 결과이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빌리기보다 그냥 사서 읽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래도 내 돈을 써서 책을 접하게 되다보니 주로 읽는 책의 분야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국내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서관을 소개하는 건축가 두 사람이 이 책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칼럼 형식으로 연재하는 글이었다는데, 그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도 건축을 전공한 입장에서 건축이란 꼭 필요하면서도 조금은 번거로운 학문이다. 결국은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드는 건데 거기에 건축가의 철학까지 들어가야 한다니 많은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다시 공간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없으면 직업으로 계속하기에는 고달프다. 이 책에는 평범한 도서관보다 독특한 도서관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알고 있던 도서관도 있고, 처음 만나는 곳도 있었는데 어떤 도서관을 소개할지는 순전히 저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이 도서관말고 다른 도서관들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다양한 도서관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재미있다.

 

아무래도 건축가가 쓴 책이다보니 도서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각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연결되어 있으며 건축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저자의 스타일마다 조금은 다른데 별로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보다는 사람들을 어떻게 책과 더 친숙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소개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도시 계획에 의해 세워진 일반적인 도서관 외에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들이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다.

 

사람들의 독서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볼 때마다 아쉽지만 그래도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하고 있는 시점에서 몇 년 안에 종이책과 전자책 시장이 확연하게 나뉘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기계발서나 가볍게 읽기좋은 책들은 전자책으로 출간되고,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만한 책들은 종이책으로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도서관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다양한 도서관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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