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제작에 얽힌 비밀

붓다의 십자가 1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이 작품은 일단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이다. 붓다에게서 십자가라니,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의 보수적인 신자들에게서는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제목이다. 독실하지는 않지만, 나도 불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처음에 이 책을 선뜻 읽기가 내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두 종교를 어떻게 엮었을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하여 수년간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한다. 다 읽고나니 저자가 종교에 대해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내공이 뚜렷이 보인다. 과거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잘 엮어서 픽션으로 펴내는 일도 만만치 않은 노릇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몽고군이 고려를 점령하던 최씨 무신 정권 시대이다. 반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많은 전쟁과 정치적 굴곡이 남달랐던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상당히 치욕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그 당시 정권을 휘두르던 사람들의 잔인함과 동시에 종교를 통해 어지러운 난세를 헤쳐나가려던 사람들의 의지가 남다르게 묘사된다. 여기서 모든 이야기의 중심을 갖고 말하는 이는 팔만대장경 조성에 힘을 쏟았던 지밀 승정이다. 역사에서 많은 족적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상세하게 보고 기록하는 역할을 통해 또 하나 일어날 수 있었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종교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존 종교와는 어떻게 융합되었는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보여주는 덕분에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팔만대장경에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를 넣자는 기독교도의 의지는 결국 좌절되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분명했다. 어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냐보다는 교리를 통해 진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종교로 인해 다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무조건 나의 종교만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어떤 종교이든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을지 않을까 싶다. 어떤 종교이든지 너무 과하면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아무튼 이 작품을 통해 팔만대장경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겠지만, 조성과정 자체는 실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본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고어가 많고, 종교적인 불편함으로 가볍게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이 작품이 지닌 깊이만큼은 상당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된 의견으로 합치되는 과정이 좀 더 치열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지만, 이런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선하다. 이 작품의 배경은 고려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본성이란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내면에 있는 진리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