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추리소설을 만났다. 추리, 중세, 사건, 역사, 로맨스 등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모두 이 한 권에 다 들어있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어쩌먼 이렇게도 매력적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제목이 '사형집행인의 딸' 인데, 작품 전체에서 생각보다 사실 그녀의 역할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그 시대에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던 여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이기는 하다. 사형집행인의 딸인 막달레나보다는 사형집행인의 역할이 더 크다고 봐도 좋겠다. 마을 사람들이 기피하면서도 꼭 필요한 존재인 사형집행인 야콥은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논리적이고 아는 것이 무척 많은 사람이다. 거기에다 악당들을 능히 물리칠 수 있는 체력도 갖추었다. 이 시대의 마을에서 필요한 정의의 사도라고 한다면 단연 사형집행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와 더불어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사람은 막달레나를 사랑하는 젊은 의사 지몬이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중세시대의 셜록홈즈와 왓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름 괜찮은 파트너십을 발휘한다. 서로의 장점과 약점을 보완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무시무시한 살인마와 대적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사건은 바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다. 중세 시대는 자연 현상들이 사람들에게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었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모두 마법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었다. 현대에서는 오히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세는 아직까지 그런 과학적 분석 방법이 널리 퍼지지 않은 덕분에 사람들의 상상이 대중에게 널리 퍼지면 그것이 진리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형집행인과 지몬은 마녀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좀처렴 잡히지 않는 범인으로 인해 여러 아이들이 희생되고, 이 사건을 바라만봐야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도 막달레나와 지몬의 로맨스는 앞으로도 더 지켜봐야 할 현재진행형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구성을 보았을 때는 단순하지만, 서로 관계없는 사건처럼 보이는 일들이 나중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열쇠를 풀고나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절묘하다. 그리고 중세 시대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그 시대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도 적당한 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이 흔히 알려져있는 영어 문화권이 아니라 독일이라는 점도 좀 더 색다른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책 설명을 보니 이 작품이 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 3권이 더 있다고 한다. 아마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의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데, 아마 좀 더 재미있는 사건들이 등장하리라고 본다. 중세와 추리소설 코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꼭 챙겨보길 바란다. 아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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