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화전 - 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 밀리언셀러 클럽 133
모치즈키 료코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언뜻 보면 아무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여 어떻게 엮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신기하게도 모든 사건들이 하나로 모여서 결국 마무리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도 있고, 너무나 치열하게 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서 힘든 캐릭터도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앞 장을 들추어봐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만큼 모든 사건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잘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빚을 갚기 위해서 창고에 들어가 있는 그림을 훔친다는 대담한 계획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그 와중에서 세계의 여러 명화들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부자들의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을 은근히 꼬집고 있다. 한 때 전세계적으로 호황이었을 때, 사람들은 남는 돈을 투자할 곳을 찾아가 예술이라는 분야를 발견했는데 그 때 막 발굴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천문학적인 금액에 판매되기도 했었다. 물론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작품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는 일은 분명히 좋은 일이기는 하나, 과열된 미술 시장의 열기는 진짜 좋은 작품과 그저 그런 작품을 분간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예술 작품을 단순히 작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시선은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실제로 범행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그 전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과 이후의 결말이라면 굉장히 이야기가 길어진다. 덕분에 이 책이 이렇게 두툼한 두께를 지닐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처음에는 그냥 술술 읽다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가 쉬우니 절대 집중하고 보길 바란다. 이 소설에서는 그림을 훔쳐내는 사건 외에도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가 바로 미술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가셰박사의 초상'은 어느 책에서 사진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고흐의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인 방법으로 그려져 있어서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분간하기 쉬운 편이라, 대중으로부터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작품이 창고에서 그냥 썩고 있다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투자 대상으로 전락하여 어두운 창고에만 있다가 놀라운 범행 수법 덕분에 대중에게 공개되는 과정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왠지 현대 사회의 홍길동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색다른 구성의 추리소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둑질을 통해 돈을 번다는 발상은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날의 미술 거래의 문제점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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